국제 국제일반

할리우드·실리콘밸리 수십년 교류 … 영화시장 새먹거리 창출

■ '겨울왕국'서 배우는 성공 방정식

"컴퓨터로 만화 만들자" 70년대부터 의기투합

발상만 보고 돈 투자한 건강한 벤처금융도 한몫


문화콘텐츠(할리우드) 산업과 첨단기술(실리콘밸리) 산업의 융복합을 의미하는 '실리우드'는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1990년대 초중반부터 쓰인 용어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그룹인 하바스미디어는 지난해 10월 실리콘밸리의 한 싱크탱크에 대한 인수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실리우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기술·데이터과학·콘텐츠·미디어가 서로 충돌할 때 아이디어와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탄생한다. 이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실리우드가 만드는) 변화의 흐름을 탈 줄 알아야 한다." 이 변화의 흐름은 '토이스토리' '슈렉' '쿵푸판다' 등에 이어 최근 전세계를 사로잡은 '겨울왕국'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수십년간에 걸친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의 상호교류, 기업 간 상생을 통한 3차원(3D) 애니메이션시장의 건강한 성장은 2014년 대한민국이 그려야 할 창조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창조경제의 씨앗은 아이디어 융복합=3D 애니메이션을 태동시킨 주역은 월트디즈니그룹의 자회사 픽사애니메이션스튜디오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생소했던 1970년대에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자"며 의기투합한 실리콘밸리 컴퓨터공학도와 디즈니 애니메이터들의 아이디어가 오늘날의 거대한 시장 창출의 씨앗이 됐다.

그러나 서로 다른 분야의 이들의 만남이 가능했던 것은 캘리포니아 일대에 펼쳐진 거대한 인적 클러스터 덕분이다. 디즈니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세운 교육기관 캘리포니아예술학교(칼아츠)는 지금도 전도유망한 콘텐츠 제작자들이 모여든다. 로스앤젤레스(LA) 인근 팰로앨토에는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와 같은 현대 컴퓨팅의 핵심요소들이 개발된 팰로앨토연구소(PARC) 등 첨단기술의 산실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미디어·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신기술의 상업적 이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이디어의 부단한 교류가 이뤄진다. 겨울왕국의 제작 책임자이자 디즈니 애니메이터였던 존 래시터 픽사 공동창업자 역시 직장동료가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시험하는 모습을 보면서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회고한 바 있다.


◇건강한 벤처금융, 혁신의 싹을 틔우다=아이디어로만 존재했던 3D 애니메이션을 현실화시킨 구원투수는 혁신의 아이콘인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 조지 루카스였다. 신생 벤처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금과 경영자문을 지원하는 앤젤투자자 역할을 한 것. 이 같은 벤처투자는 적자에 허덕이는 픽사에 수년간에 걸쳐 수백만~수천만달러를 투자하며 3D 애니메이션 개발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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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앤젤투자자협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 내 앤젤투자 규모는 약 230억달러(24조7,000억원 상당)에 이른다. 이들로부터 지원을 받는 벤처기업은 해마다 6만7,000여개, 여기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27만4,8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신생 벤처 한 곳당 52만달러(약 5억6,000만원)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극심한 앤젤투자 가뭄 속에 시달리는 한국 신생 기업들로서는 부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앤젤투자 규모는 약 241억원으로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0년(5,493억원)의 4.4%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신생 기업들은 2~3년 내 투자금을 회수하려 드는 벤처펀드에 손을 빌리거나 기업사냥꾼 및 사기집단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성공을 꽃피우는 키워드, 기업 간 상생=1991년 픽사는 거대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와 손을 잡았다. 성장동력을 잃고 쇠락해 가던 차에 3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디즈니는 픽사가 제작하는 작품에 대한 전폭적인 제작지원 및 배급과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했다. 글로벌 배급망과 수십년의 마케팅 경험을 갖춘 대기업의 지원은 픽사의 제작능력을 극대화했다. 픽사가 1995년 내놓은 최초의 장편 3D 애니메이션인 '토이스토리'가 글로벌 메가히트를 기록한 이래 18년간 픽사의 작품들은 평균 6억700만달러의 극장수익을 올리며 자체 콘텐츠 부진에 시달리던 디즈니에 새로운 원동력을 제공했다.

드림웍스·블루스카이 등 후발주자들도 대거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2006년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기까지 두 회사의 상생은 전세계 3D 애니메이션 업계를 리드하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성장동력을 잃고 죽어가던 미디어 공룡 디즈니가 화려하게 부활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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