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경기회복 아직은 '글쎄'미국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조짐을 보이면서 이머징마켓도 봄날이 머지 않았다는 희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불과하고 미국 경기 회복이 세계경제의 변방인 이머징마켓에는 먼 나라의 얘기에 불과하다는 비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경제 침체의 기폭제 역할을 한 9ㆍ11테러와 테러와의 전쟁은 그렇찮아도 나락으로 떨어지던 이머징마켓의 경제에는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 특히 미국에 대한 수출에 의존하던 대부분의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격심한 경제위축을 겪고 있으며 아르헨티나ㆍ인도네시아ㆍ터키등 일부 국가들은 국가부도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한국등 몇몇 이머징마켓 국가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신호도 무시할 수는 없다. 테러 직후 폭락세를 보였던 아시아 주요 증시가 국제정세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미국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두달여 만에 20~30% 상승하는 고공비행을 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주식시장이 이미 본격적인 상승장에 접어들었다는 성급한 판단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 같은 주가 상승은 심리적인 측면이 크게 반영된 '거품상승'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어째튼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여전히 불안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경제가 살아나더라도 이머징마켓 금융시장의 경우 앞으로 1년이상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머징마켓 경제 회복의 관건은 내부 요건보다 미국 경제에 달려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동조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머징마켓 각국의 경제정책이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지역 이머징마켓에 있어서는 미국 IT(정보기술) 산업의 회복 여부가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싱가포르, 타이완 등 아시아 국가들은 대미(對美) IT 제품 수출에 자국 경제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처지다.
미국 내에서 IT산업의 회복속도가 여타 산업보다 빠를 것이라는 관측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한가닥 희망적인 전망으로 다가온다.
한편 중남미 국가들의 상황은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가 중남미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많은데다 이머징마켓을 대상으로 한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의 투기자본마저도 최근에 들어와 선별적 투자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남미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미국경제가 먼저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라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의 침체가 중남미 금융시장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설명이다.
결국 세계경제가 정상궤도로의 복귀여부는 미국경제의 회복여부와 속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