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스위스 다보스에 모이는 각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글로벌 위기 극복과 금융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 대신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들의 무차별 양적완화 여파로 이미 지난해부터 글로벌 갈등 기류가 고조되던 와중에 포럼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일본은행이 2% 물가목표 도입과 무기한 자산매입 조치를 발표하면서 환율전쟁의 포문을 활짝 열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인위적으로 엔저를 유도하고 있다는 국제 비난 여론을 반박하며 다보스포럼에서 일본의 입장을 직접 해명할 계획이다. 포럼에 참석하는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ㆍ재생상은 26일 '글로벌 경제전망' 세션에서 각국에 직접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주목되는 것은 독일의 반응이다. 독일은 앞서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가 이례적으로 일본을 직접 거론하며 "환율의 정치화"를 비난하는 등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엔저 유도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집권 기독교민주당(CDU)의 미하엘 마이스터 재정담당 대변인도 일본의 통화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올 가을 총선을 앞둔 독일은 엔화 약세로 독일 수출과 유럽 경기가 타격을 입을 경우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재집권에 빨간 불이 켜질 수밖에 없어 일본의 엔저 정책에 유달리 민감한 입장이다. 올해 독일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4.1%에서 2.8%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은 이에 따라 일본 정부의 엔화가치 조작을 저지하기 위해 주요8개국(G8) 및 G20 차원의 공조를 요청할 방침이어서 다보스포럼이 엔저 견제를 위한 사전 논의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스터 대변인은 독일 정부가 "G8과 G20 회원국들에게 일본이 환율조작을 중단하도록 설득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슈만 독일 상공회의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일본의 아마리 경재재생상과 함께 포럼에 참석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율 공방의 중심에 선 두 나라의 고위지도층이 얼굴을 맞대게 되는 상황을 잠재적인 '불씨(tinderbox)'라고 표현했다.
한편 다보스포럼은 사흘째인 25일 '성장 없는 양적완화-뉴 노멀인가'라는 주제의 세션에서 선진국들의 자산가격 왜곡 리스크, 신흥국가들의 자본통제 및 무역보호주의를 초래하는 선진국의 초저금리와 돈 풀기 정책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