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못믿을 신용평가사

"문제없다"던 저축銀 두달 만에 영업정지<br>하루만에 등급 재조정등 고무줄 신용평가 도마에<br>피해는 투자자의 몫으로


"부산저축은행은 원리금 지급능력에 문제가 없다." (신용등급 BB-, 2010년 12월29일)
"원리금 지급능력이 부족해 투기적이다." (신용등급 B-, 2011년 2월16일)
"원리금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수 있다." (신용등급 CCC, 2월17일) 국내 3대 신용평가기관 가운데 하나인 한국기업평가가 지난해 말 이후 부산저축은행의 무보증 후순위금융채권에 대해 매겼던 신용등급 흐름이다. 지난해 말 정기평가 때까지도 '당면문제가 없다'고 했던 이 은행은 불과 두 달 반 만에 영업정지를 당했다. 신용평가를 철석같이 믿고 쌈짓돈을 투자한 고객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다. 한국신용평가ㆍ한국기업평가ㆍ한국신용정보평가. 이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최근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저축은행 및 기업들에 대한 평가에서 한결같이 부실한 능력의 끝을 드러냈다. 불과 하루 만에 자신들이 매긴 신용평가등급을 재조정해야 할 정도로 허둥대는가 하면 부실기업들에 대해 예전에 매겼던 신용평가 기록을 투자자들이 보지 못하게 감추는 등 '무능력과 무소신ㆍ무책임'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최근 사적 워크아웃 절차를 밟기 시작한 진흥기업. 효성그룹 계열사인 이 회사의 기업어음은 지난 1월14일까지도 한기평으로부터 'A3(적기상환능력 양호)'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진흥기업은 불과 한달 뒤인 2월11일 부도위기에 직면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날 한기평은 부랴부랴 진흥기업 어음의 신용등급을 'C(적기상환능력이 매우 가변적)'로 조정했다. 사실상 채무불이행 직전 단계라고 평가한 것. 한신평과 한신정평가 역시 무능과 무책임ㆍ무소신의 전형을 보여줬다. 지난해 말 대한해운이 발행할 예정이었던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한신평과 한신정평가는 이견 없이 'BBB+ 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하지만 대한해운은 1월25일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두 신평사는 슬그머니 회사채 등급을 채무불이행(D)으로 낮췄다. 심지어 두 회사는 대한해운에 대한 과거 신용평가 기록마저 홈페이지에서 검색할 수 없게 해 잘못된 평가기록을 은폐하려 한다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시장을 지탱하는 주축 가운데 하나인 신용평가사들의 전반적인 능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 금융질서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신평사들의 평가능력을 높이려는 노력뿐 아니라 이들의 평가결과에 대해 감시와 책임이 뒤따르는 제도적 안전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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