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 실리콘밸리 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기존 대기업들과 달리 스스로 도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기존 '악덕자본가(Robber Barons)'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고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실리콘밸리의 무례한 지배자들(The Ruthless Overlords Of Silicon Valley)'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곧바로 IT업계에 확산되면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구글의 공동창업주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2004년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미래의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구글은 기존 기업이 아니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전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애플의 공동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는 10년전에 이미 "공동묘지 속에 들어간 부자는 내 관심사가 아니며, 무엇인가 놀라운 것을 했다고 말하면서 밤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나에게 중요하다"고 일갈한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의 창업주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도 "돈을 벌기 위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 금융위기로 월가의 탐욕이 비판을 받으면서 이 같은 IT업계 주요인사들의 발언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실리콘밸리 내 기업가들이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하고, 또 이처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하게 많은 보너스를 챙기면서도 자신들의 비서보다도 세율이 낮은 월가 은행가들의 이야기에 지친 미국민에게 청량제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도 결국 철도, 철강, 금융, 석유업계 자본가들과 비슷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미 법무부는 최근 애플과 일부 미국 출판업자들을 전자책 가격 인상을 공모한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행위는 기존 대기업들의 독점자본주의적 행위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또 애플이 생산비용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의 조립을 중국의 팍스콘 등 외부에 아웃소싱하는 행위도 장난감 제조업체나 화학업체들, 다른 소비자 가전업체들이 기본적으로 해온 관행이었다.
이런 관행에 대한 비판은 10년전 나이키의 납품업체들이 어린이들을 고용할 때부터 있어온 것이지만 애플은 최근까지 이 문제에 대해 다소 느슨하게 대응해오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IT대기업들은 이런 비용절감 문제뿐 아니라 음악이나 영상 분야에 대한 저작권 법 준수와 관련해서도 비판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최근 온라인 침해금지법안(SOPA) 등이 의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온라인 개인정보 침해 논란도 야기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인정보 설정내용을 복잡하게 함으로써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이 광고업자나 심지어 정부기관이 개인들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기도 했다.
이런 행위에 대해 IT업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 회장과 주요 투자회사인 실버 레이크의 글렌 허친스는 지난달 다보스에서 열린 IT업계 주요인사들의 비공개 회의에서 이런 행위로 인해 직면하게 될 사회적인 반발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이들은 IT기업들의 주도로 야기되는 일자리 감소와 사이버보안 문제 등으로 인해 IT업계에 상당한 사회적 압박뿐 아니라 새로운 규제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IT업계 주요인사들이 숭고한 정신을 강조하는 이런 발언들은 직원들의 동기를 유발하고 매출을 촉발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소비자와 사회의 보다 광범위한 이해와의 충돌을 막는 방향으로도 작용을 해야 한다고 뉴스위크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