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발표한 `재정조기집행 활성화를 위한 대책`에는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이 망라돼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양책에 가까운 조치를 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재정에 거는 정부의 기대가 크다.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마당에 경기악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평가받는 재정자금 방출을 위한 정부의 조치 가운데 크게 두가지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주택금융의 활성화와 환경영향평가의 시기조정을 통한 토지보상대금의 조기 지급이 그 것. 여기에 선금제도 개선도 건설경기를 부추길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건설업체와 국민주택자금을 이용하는 실수요자들이 혜택을 받게 생겼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의지와 달리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가계부실을 키울 수도 있고 환경보전에 악영향을 주거나 최종 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책실현과정에서 정부 각부처와 지방단치단체, 금융권과 기업간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 각 부문에 실질적 부양 효과=정부는 경기 부양책을 극구 부인하지만 이번 조치는 사실상 부양책에 준할 만큼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장기계획에 의해 연도별 자금이 배정되는 사업이 자금소요가 커질 경우 내년 배정분까지 미리 꺼내 쓰도록 한 점과 자금이 부족한 사업은 다른 사업의 경비를 전용할 수 있게끔 부처의 자율성을 늘려준 점은 지금까지의 예산운용과 차원이 다른 획기적인 조치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칸막이식의 예산 배정이 전용범위 확대로 숨통이 트여 전체적으로 효율적 예산배분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택ㆍ건설경기 활성화 유도=이번 조치의 핵심은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ㆍ자금 지원. 건설업체나 주택수요자 모두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선 분양주책 건설자금의 금리가 7~9.0%에서 5~6%로 최고 4%포인트 떨어져 건설업체의 금리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여기에는 신규 공사뿐 아니라 시행중인 공사까지 포함돼 기존건설업체의 자금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수요자도 마찬가지.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6.5%에서 5.5%로 떨어져 이자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신규가입자 뿐 아니라 기존대출자에게도 적용돼 가계의 부담을 경감시길 것으로 예상된다. 최초 주택 구입자금의 한도 역시 현행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아진다. 정부가 운용중인 국민주택기금은 약 16조7,000억원으로 금리인하를 통해 기업과 가계가 부담해야 할 이자의 경감액은 최소한 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또 선금지급신청 및 사용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보증보험회사와 건설공제조합으로 하여금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유도하고 있다.
◇토지 보상비 조기 지급=택지개발사업에 대한 환경평가가 개발계획승인 단계에서 실시계획승인 단계로 앞당겨져 토지보상이 지연되는 경우가 줄어들게 된다. 지난 99년 난개발을 막기 위해 환경영향평가가 들어가는 사업단계에 대한 규제가 풀린 것. 택지로 개발되는 땅을 소유한 사람이나 기업은 토지보상비를 약 14개월 앞당겨 받을 수 있게 됐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