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은 회사측에… 앞길 '視界제로'

■ 하이닉스 매각 부결 배경·전망잔존법인 생존안 비현실적… 소송도 부담 하이닉스반도체의 진로가 '시계 제로' 상황에 빠져들었다. 정부의 강한 압박으로 근근이 매각 쪽으로 방향을 잡는 듯 했던 하이닉스의 매각작업은 결정적 열쇠를 지녔던 이사회가 비토권을 행사함으로써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하이닉스가 홀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은 험한 가시밭길이다. 신규자금 지원은 사실상 기대가 불가능하다. 정부와 채권단은 일단 마이크론과의 재협상을 시도하든지, 여의치 않을 경우 제3자로의 매각이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들어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 이사회, 왜 거부했나 하이닉스 이사회는 '하이닉스 이사회의 입장'이란 발표자료에서 "채권단이 작성한 잔존법인의 재건방안은 메모리사업의 매각대가로 인수할 마이크론사의 주식가격을 과다하게 산정했고 우발채무 발생규모와 시기를 비현실적으로 추정하는 등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회의 거부이유는 채권단회의에 앞서 하이닉스측이 정부와 금융권을 상대로 내걸었던 매각의 반대이유와 같다. 하이닉스는 지난주 박종섭 사장 명의로 채권단에 보낸 독자생존 주장 보고서에서 ▲ 채권단의 잔존법인 생존방안이 현재 26달러인 마이크론 주가를 35달러로 평가, 1조2,000억원이 과다 계상되는 등 2조5,000억원 이상이 부풀려졌으며 ▲ 마이크론의 주가가 예상만큼 오르지 않거나 우발채무가 조금이라도 늘면 회사가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위험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이유이고 사실은 하이닉스의 사외이사들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시 말해 소액주주들이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배임' 행위를 걸어 소송에 들어갈 경우 이사들로서는 난감해질 수 있다. 특히 지난 29일 채권단이 매각에 동의, 공이 완전히 넘어온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던 점을 감안할 때 쉽사리 매각에 찬성입장을 나타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 하이닉스 독자생존 가능한가 그렇다면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은 과연 가능한가. 이사회는 "반도체시장의 여건호전, 신기술 개발로 인한 사업경쟁력 향상 등을 고려할 때 독자생존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이닉스 주변이 판단하는 독자생존 가능성은 엇갈린다. 우선 하이닉스는 지난주 정부와 채권단을 상대로 제출한 독자생존 보고서에서 두가지 상황을 가정해 홀로 생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D램 평균판매가격을 ▲ 올해 4.3달러 ▲ 내년 3.9달러 ▲ 오는 2004년 2.7달러 ▲ 2005년 1.9달러로 잡은 기본안과 ▲ 올해 3.6달러 ▲ 내년 2.9달러 ▲ 2004년 2.0달러 ▲ 2005년 1.4달러 등으로 잡은 보수적 안으로 나눠졌다. 회사측은 우선 기본안의 경우 올해 5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 1조3,000억원의 투자와 8,400억원의 차입금 상환을 하고도 기말에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생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수적 안도 3조원의 차입금 상환이 돌아오는 2004년에는 2조2,000억원의 현금부족이 예상되지만 채권단이 2조원 수준의 부채를 탕감해주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이 깨짐으로써 하락국면인 D램 값이 더욱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며 "채권단이 앞으로 2~3년 동안 연간 1조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독자생존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가능 여부는 여전히 채권단이 지니고 있어 정부와 채권단의 냉철한 판단에 따라 하이닉스의 진로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독자생존 외 다른 방안은 독자생존이 불가능할 경우 하이닉스의 진로는 크게 4가지다. 우선 마이크론이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지가 관심사다. 마이크론이 추가협상을 요구해올 경우 하이닉스로서는 추가 협상에 다시 한번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적다. 다음으론 인피니온 등 제3자와 매각 또는 전략적 제휴에 나서는 방안이다. 이는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목숨을 일정 기간 연명시켜준다는 전제 아래 가능하다. 채권단이 자칫 일시 자금회수에 나설 경우 하이닉스는 법정관리의 사슬에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다. 유지창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반도체회사가 법정관리 상태에서 살아가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언급, 자칫 파산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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