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한미 정상회담] 미국 자동차·농산물 수출길 넓혀… 한국은 TPP 가입 탄력 기대

■FTA 원산지규정 확대 적용 합의

"미국에 더 유리한 합의" 일부 부정적 목소리도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원산지 규정을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그동안 미국은 우리 정부가 원산지 규정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적용해 자동차 등 미국제품의 한국진출을 막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반면 양국이 상호주의에 합의함에 따라 우리로서도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또 한미동맹 강화와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한국의 참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이 한국의 TPP 참여 전제조건으로 지난 2012년 3월 발효한 양국 간 FTA의 원활한 이행을 요구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TPP 참여에도 탄력이 붙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산지규정 합의 배경=미국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본 등 외국 자동차에 대해 미국산으로 인정해줄 것을 한국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해외 자동차회사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할 경우 미국 노동자 일자리 창출, 법인세 증가 등의 경제적 효과를 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즉 한국에 대해 만성적인 무역역조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원산지 규정완화를 통해 자동차와 오렌지 등 농산물을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되고 이는 교역구조 개선으로 연결되는 효과를 꾀할 수 있다.


상호주의가 된다면 우리 입장에서도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 제품의 한국산 인정이 그만큼 쉬워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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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양국 정상이 상호주의에 기초해 원산지 규정을 폭넓게 적용하기로 한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게임'이라고 전략적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TPP 가입 탄력=원산지 규정에 대해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TPP에 대한 한국 참가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TPP 참가의사를 이미 표명한 상태지만 미국은 한국이 FTA 발효 이후에도 이행사항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지 않다며 한국의 TPP 참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TPP 회원국들이 협상에 집중하고 있어 다른 국가가 추가로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한국이 TPP에 참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미 FTA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TPP 참여의 전제조건이 FTA의 성실한 이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TPP 참여를 위해 12개 TPP 회원국을 대상으로 양국 간 FTA를 우선 체결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한미 FTA 이행에 대해 회원국들이 높은 점수를 줄 경우 한국의 TPP 가입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어 한국이 TPP에 동참하면 한미일 경제협력은 물론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 3각 공조도 더욱 굳건히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양국이 원산지규정을 확대 적용하더라도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가 큰 미국에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안겨다 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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