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유능한 박사 인력들이 첨단 정보기술(IT)을 가지고 연구소기업을 창업해 분가했다. 연구원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원장으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연구소기업이란 대전시 대덕특구내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 및 특허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기 위해 설립자본금의 20%이상을 출자해 특구내에 설립하는 기업이다. 세제지원 혜택,기술가치 평가비용 및 창업경영 컨설팅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연구기관의 기술과 민간의 경영능력, 마케팅 능력의 조화를 통하여 기업을 활성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지난해부터 창업 준비를 한 (주)오투스와 (주)매크로그래프는 ETRI가 연구소 기업으로 분가시킨 최초의 회사로 기대가 크다. 연구기관에서 기술을 엄선하고 직접 투자한 회사이므로 지난 90년대 후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직접 경영까지 해야 하는 벤처창업보다 진보된 모습이다.
(주)오투스와 (주)매크로그래프는 첨단 IT기술과 유능한 인력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명품회사로 성장할 기대주다.
(주)오투스는 차량진단 및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한 안전운행 서비스 등 텔레매틱스 분야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대표적인 제품은 자동차 진단모듈을 차량에 부착하면 운행정보 등 모든 관련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개인 휴대폰이나 내비게이션 등 휴대단말기로 전송돼 운전자가 언제, 어디서나 차량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고 사전 정비가 가능하게 되는 기술이다.
(주)매크로그래프는 2007년 제44회 대종상 영화제 영상기술상을 수상한 영화 ‘중천’에 활용됐던 ‘디지털액터’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진출을 목표로 컴퓨터그래픽(CG)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동시에 하고 있다. 뉴질랜드 웨터사가 영화 ‘반지의 제왕’의 CG를 담당하며 세계적 위상을 확보한 것처럼 매크로그래프가 세계 속에 우뚝설 수 있기를 바란다. 이 두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은 ETRI의 중요기술로 업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딸을 시집 보낸 아버지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물론 과학기술부와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의 각종 지원도 있겠지만 실험실에서 연구에만 몰두했던 연구원 출신들이기에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에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경영능력과 마케팅 능력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10여년 전 벤처붐 때 자고나면 기업들이 생기고 없어지던 그 시절을 반면 교사로 삼아 훌륭한 기술들이 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이 생각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ETRI에 몸담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의 생각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