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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의 미국 수출이 이뤄질까. 미국을 방문 중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극비리에 이를 추진, 20조원대의 대미 수출이 기대된다는 일부 보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주가도 뛰었다.
과연 그럴까. 가능성이 높지만 20조원은 턱도 없는 금액이다. 'T-50 대미 수출의 극비 추진'도 모르는 소리다. 지난 1997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기술제휴협약을 맺을 당시부터 미국 수출을 염두에 뒀다. 불과 2개월 전에는 미 공군 조종사들이 한국을 방문해 T-50 후방석에 탑승해 성능을 점검하기도 했다.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T-50이 경쟁기종인 이탈리아의 M346, 영국의 호크 128, 스웨덴의 J-39와 비교해 가장 '미국적인 기체'라는 점. 설계부터 록히드마틴사가 맡았다. 주요부품도 미국제다. F-16과 구조가 비슷해 훈련기로서는 제격이다. 경쟁기종들은 아음속이거나 가격이 크게 높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문제는 T-50 역시 비싸다는 점. 대당 230억원으로 미국이 원하는 조달가격 200억원을 웃돈다. 'T-50의 대미 수출 20조원'의 근거는 대당 300억원씩 잡아 600대를 수출한다는 기대 섞인 추측일 뿐이다.
그렇다면 대미 수출이 성사될 때 금액은 얼마나 가능할까. 미국의 조달물량 350대에 200억원을 곱하면 7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서 미국 내 생산라인을 통해 T-50을 최종 조립할 록히드마틴의 몫을 떼줘야 한다. 국내에서 생산해도 국산화율이 47~62%를 오락가락하는 T-50이 미국에서 생산될 경우 7조원 매출에서 한국에 떨어질 몫은 아무리 커도 2조~3조5,000억원이라는 전망이 합리적이다.
기대효과가 크게 부풀려졌지만 그래도 T-50의 대미 수출이 성사되면 대박이 틀림없다.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고 미국 시장을 뚫으면 스페인과 태국 등 훈련기 도입을 저울질하는 국가에 대한 수출도 쉬워질 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복병이 없지 않다. 지난해 첫 비행에 성공한 텍스트론사의 경공격·정찰·훈련용 다용도 스콜피온기가 순수 미국산이라는 점에서 막판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