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인 연말을 앞두고 고용시장에 또 한차례의 감원태풍이 휘몰아 치고 있다. 이번 태풍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차장·부장·임원 등 주로 상위직급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세기가 특A급이다. 그만큼 사회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심각할 수밖에 없다. 소위 고학력 실업자가 양산되는 셈이다.이번주 들어 단행된 현대자동차의 조직개편은 충격적이다. 14개본부를 7개로, 4백4개팀을 3백40개팀으로 줄였다. 임원수도 1백50명에서 무려 30%나 감축됐으며 대리에서 부장직까지 2백여명에게는 권고사직서가 날라들었다. 국내의 대표적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이정도라면 다른 기업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연말께 몰아칠 대량감원의 예고편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에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30대 그룹 가운데 25개 그룹이 현재 자기그룹내에 인력이 남아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17개 그룹은 연말이나 내년중 인력을 감축할 계획으로 있다. 신규채용과 관련, 내년에 채용규모를 올해보다 늘리겠다는 곳은 6개 그룹에 불과했으며 11개 그룹은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경기불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용불안·실업문제, 여기에 주가폭락·외환폭등 등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사회전반적으로 각종 병리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불안·불신·불확실성 등에 기인한 심리적 공황 조짐도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에는 인원감축도 필요하다. 사실 감원처럼 간편한 방법도 없다. 가시적인 효과로서는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원만이 최선책은 아니다. 오히려 문어발처럼 흩어져 있는 계열사를 통폐합하고 불요불급한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이 먼저 수순이다.
이같은 구조조정은 기업 혼자의 힘만으론 불가능하다. 당연히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계열사를 통폐합하거나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절차나 법조항, 세제 등 각종 장벽을 과감히 제거해줘야 한다. 기업간의 인수합병(M&A)도 지금으로서는 어려움이 더 많다. 정부는 늑장을 부리고 있는 국회만 탓할 일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해 줄수 있는 것은 모두다 해 줘야 한다.
기업체질이 강화되면 기업은 그만큼 안정된다. 감원걱정도 줄어든다. 사회의 안정은 기업의 구조조정 성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