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누구나 링 오를 수 있는 여건 조성… 중기 스스로 경쟁 통해 성장해야

김문겸 중기옴부즈만<br>동네 슈퍼 직접 지원보다 공동 물류창고가 더 필요<br>현장방문 거리만 2만km… 권고 아닌 조사권 아쉬워

김문겸

"자금 지원만 늘리기 보다는 중소기업들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체급을 나눠주고 공정하게 겨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입니다. 누구나 링 위에 올라갈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 주면 싸움, 즉 경쟁을 통해 기업들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말 종로구 관훈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문겸(57ㆍ사진)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책자금 지원, 세금 감면 등 혜택보다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네 슈퍼에 간판, 진열장을 바꿔주기 보다는 물류비를 줄일 수 있는 물류창고를 만들어 주거나 구두업체 등에 공동 작업장을 만들어 주는데 정부 돈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옴부즈만이 지난해 전국 중소기업을 만나기 위해 돌아다닌 거리는 지구 둘레의 반이 넘는 2만1,165km(약 5만3,000리). 그는 철원, 울릉도, 구례, 제주 등 전국을 돌며 간담회 75회, 현장방문 43회, 유관기관 규제 접수 255건 등을 통해 많은 잘못된 규제들을 찾아냈다. 개선이 필요한 규제 773건을 발굴하는 동시에 800건을 시정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날 삼척에서 간담회가 있어 새벽부터 출발해 일정을 마치니 밤 1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며 "몸은 힘들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한 기업인이 '개미같은 우리 중소기업을 위해 먼 길까지 와서 얘기를 들어줘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내 정말 감동받았다"고 회상했다. 덧붙여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억울함을 들어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힘내서 중소기업인들의 소통 창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관련기사



김 옴부즈만은 그러나 규제기관에 개선 건의 권한 밖에 없어 현장의 가시를 발견해도 손수 뽑아낼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단순 권고에 불과한 권한 밖에 없어 현장의 고충이 실질적인 규제 개선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며 "실제 지난해 검사인증 관련 규제 개혁 과정에서 정부 부처와 적잖은 충돌을 겪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아울러 "중소기업 애로의 대변자로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규제 피해 기업과 관련된 정부기관에 조사권 또는 시정 요구권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규제 개선 이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선실적을 정례적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해 심의한다면 손톱 밑 가시 뽑기가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유행처럼 번지다 사라지게 될 경제민주화 바람에 대해서도 김 옴부즈만은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단발로 나왔다가 사라질 사안이 아니다"라며 "중소기업 정책은 사회전반의 문제, 즉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는 만큼 돕고 보살피는데 그치는 게 아닌 우리 사회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장에 가보니 거기에 문제가 있고 답도 있었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에 꾸준한 애정을 갖고 불필요한 규제 개선과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해소해 나가는데 힘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용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