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라인·카카오 프렌즈 비켜! 고릴라 나가신다"

제일기획 '아둥가'로 180조 캐릭터 시장 진출<br>힙합스타로 성장하는 고릴라 아프리카 원주민서 모티브<br>부즈클럽, 제작·디자인 전담… 제일기획은 마케팅 역할 분담<br>고부가 캐릭터 비즈니스 신수종사업으로 본격 육성

제일기획의 ''아둥가'' 캐릭터

롯데백화점 명동점 영플라자 1층에 자리한 ''라인 프렌즈'' 매장에 고객들이 몰려 있다.

2000년대 중반 일본 1위 광고회사 덴츠는 지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광고 시장도 침체되자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다. 덴츠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택한 것은 다름아닌 캐릭터 사업. 완두콩 캐릭터 '마메시바'를 자체 제작해 광고, 상품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며 덴츠는 과거의 활기를 되찾았다. 마메시바 캐릭터는 출시 1년 만에 관련 그림책이 30만부 이상 판매됐으며 캐릭터 상품도 500개 넘게 출시되는 등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캐릭터 마케팅 열풍이 몰아친 가운데 국내 최대 광고회사인 제일기획도 캐릭터 비즈니스 시장에 뛰어드는 등 캐릭터 비즈니스 산업이 팽창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11일 한남동 본사에서 캐릭터 제작사 '부즈클럽'의 신규 캐릭터 '아둥가'의 사업 설명회를 갖고 캐릭터·라이선스 시장에 진출한다고 10일 밝혔다. 부즈클럽은 국내 최고 수준의 캐릭터 전문회사로 뿌까, 캐니멀 등의 인기 캐릭터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출판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벌이는 업체다. 아둥가 캐릭터 사업에서 부즈클럽은 캐릭터 제작과 디자인 적용을, 제일기획은 마케팅과 라이선싱을 맡았다.


캐릭터 아둥가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흥겨운 음악과 리드미컬한 춤에서 모티브를 따왔으며 정글에서 나와 역경을 헤쳐가며 힙합 스타로 성장하는 고릴라다. 아둥가는 캠핑족이 정글에 두고 간 TV 속 뮤직비디오에서 아이돌 여가수를 보고 마음을 빼앗겨 정글을 떠나 한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은 뒤 꿈에 그리던 여가수와 콜라보레이션 앨범을 발표하는 '긍정과 도전'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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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은 이러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힙합' '악동' '섹시' 등을 아둥가의 콘셉트로 정하고 10~20대를 주 타깃으로 한 PPL, 온·오프라인 프로모션 등을 통해 캐릭터를 알릴 계획이다. 4월에는 패션 아이템, IT 기기 액세서리, 게임 등 캐릭터 상품을 론칭하고 제일기획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도 추진한다.

제일기획이 캐릭터 비즈니스 산업에 발을 담그게 된 데는 최근 몇 년 간 지속되는 불경기로 실적 악화 등의 탓이 크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삼성전자 광고가 감소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 2.5% 줄었다.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외사업 확대는 물론 신성장동력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 신수종 사업으로 캐릭터 비즈니스를 택한 것은 시장 규모가 국내 10조, 글로벌 시장은 180조원을 넘보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캐릭터 산업은 한번 만들기만 하면 새로운 투자 없이 지속적인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과 영화나 드라마보다 문화적 이질감이 적고 언어와 인종의 장벽이 없어 글로벌 진출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통한다. 김형주 제일기획 미디어사업팀장은 "최근에는 의류, 식품, 문화, 출판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데다 모바일이나 인터넷, 태블릿 PC 등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유통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열풍이 거세지면서 유통가도 캐릭터 비즈니스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명동 본점에 '라인 프렌즈' 캐릭터 상품을 다루는 정규 매장을 차렸다. 1층 매장에서 매출이 단연 1등이다. 특히 명동의 특수성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 구매가 높아 경기를 타지 않는 효자 매장으로 통한다. 심상아 라인 프렌즈 스토어 홍보팀 과장은 "롯데 명동점에서 MCM의 은련카드 매출 비중이 59.98%에 달하고 라인 프렌즈 스토어가 53.5%로 그 뒤를 이을 정도로 중국인에게 큰 인기다"고 귀띔했다. 라인 프렌즈의 경우 도쿄와 대만에도 출점했는데 도쿄 하라주쿠점은 12월 오픈 이후 주말 이틀간 1만 5,000명이 다녀가고 1만개 이상의 아이템이 판매되는 등 벌써부터 일본 국민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 신촌점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매장은 월 평균 매출이 5억원이 넘으며 영패션전문관에서 최고 매출 매장으로 등극했다. 일 평균 1,000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평당 매출은 약 3,000만원으로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의 1.2배 수준에 달한다. 권태진 현대백화점 마케팅 팀장은 "상품 가격이 10만원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 패딩보다 30배 많은 상품이 판매돼 캐릭터 상품이 고부가가치라는 사실을 입증한다"면서 "매장 오픈 후 백화점에 20~30대 젊은 고객의 유입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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