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창간기획 박근혜정부 평가 설문-외교안보] 가깝게 지내야 할 나라는 중국이 미국 근소하게 앞서

"G2 균형외교 펼쳐야" 51%

동북아 외교점수 59점 불과

"새 정책 방향 필요" 의견도


국민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줄타기 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미국보다는 중국과 더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경제교류가 늘어나는 현실을 직접 맞닥뜨리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앞으로 외교정책에 새 방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의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미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와 더 가깝게 지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이 51.3%로 가장 높았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두고 다투고 한국을 놓고 신경전이 커지는 상황에서 누구 편도 드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게 정부가 지닌 내면적인 생각인 것 같다"면서 "우리는 결국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양다리 외교를 펼치고 있으며 어느 한편에 줄 서서 되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외교기조를 국민들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겉으로 균형외교를 중시하면서도 무게중심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기는 분위기는 뚜렷했다. 중국과 더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응답이 24.4%로 미국과 더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응답(22.2%)을 근소하게 앞선 것이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가 보수적인 사회여서 친미 성향의 여론이 많았는데 중국과 더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의견이 높은 것은 새로운 발견"이라면서 "한국과 중국의 경제교류가 확대되면서 일반인의 중국 왕래가 잦아지고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를 맺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외교적인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정치적 이념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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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왔고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과정에도 정부의 기조는 그대로 나타났다. 시 주석의 방한으로 중국은 실리를 취했지만 한국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인다. 반면 미국은 한미일 공조를 통한 중국 견제에 균열이 생겼다며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한국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 여론에서도 미국보다 중국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우리 외교정책도 국민들의 변화된 인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추세는 여야 지지층별로 뚜렷하게 엇갈렸다. 새누리당 지지층은 33.4%가 미국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층에서도 26.4%는 미국을 선택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는 29.1%가 중국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정운영에 부정적인 의견을 지닌 쪽에서도 25.4%가 중국과 더 가까워야 한다고 답했다.

대북정책을 포함해 동북아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응답자는 동북아 외교정책에 평균 58.8점을 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경제정책에 매긴 점수 51.7점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지만 그간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경제나 정치에 비해 외교 분야에 높은 점수를 줬던 것과 비교하면 실망감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립하는 중국과 미국의 사이에 낀 한국의 처지를 비롯해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정상외교도 여의치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의 잇따른 도발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빛을 바랬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임 교수는 "외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정부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한 결과"라면서 "외교 측면만 놓고 보면 중국이 부상하고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강화하는 것, 대미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 북한의 위협 등에 우리 정부의 대응이 어땠는가가 판단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여야 지지정당별로 편차는 컸다. 새누리당 지지층은 70.8점을 줬지만 새정치연합 지지자는 51.2점, 정의당 등 다른 정당 지지자는 46.7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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