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생활이 어려운 국민을 대신해 국가가 치료비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의료급여'가 예산 부족으로 3,000억원 이상이 미지급돼 혼란이 일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계정도 적자를 면하지 못해 기금이 곧 고갈될 것으로 우려되는 등 재정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예산 부족으로 병원 등 의료기관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의료급여 비용은 3,315억원이다.
의료급여 재원은 정부(국고)와 지방자치단체가 '5대5' 또는 '8대2' 정도의 비율로 나눠 마련한다. 재원이 마련되면 보건복지부 등의 추계를 거쳐 한 해 예산이 확정되고 매달 거의 같은 액수로 나눠 20일께 예탁해놓고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진료비가 예탁된 예산을 넘어서면 부족한 금액은 다음달 예산에서 당겨 쓰는 방식으로 메워왔다. 그러다 보니 월 예산 기준 초과지급이 누적되면 결국 연말께 의료급여 비용(예탁금)이 바닥나 지급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는 4조7,000억원 정도의 의료급여 예산을 마련했지만 대부분의 예탁금이 소진돼 12월 진료비까지 더해지면 올해 밀린 의료급여 비용은 모두 4,000억~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공단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미지급액 3,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셈이다. 정부와 공단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미지급 사태가 이어지자 '구조적 고착'을 우려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계정도 적자지속으로 이르면 오는 2014년 기금 고갈이 우려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실업급여 사업 수입은 3조5,035억원, 지출은 4조1,253억원을 기록해 6,218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2012년 예산안을 근거로 내년 역시 수입은 3조8,328억원에 그치는 반면 지출은 4조2,479억원으로 적자는 4,151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기금 적립금은 2조3,512억원이었으나 올해 적자분(6,218억)을 감안하면 1조7,294억원, 내년 적자 금액 4,151억원을 고려하면 1조3,000억원대로 줄어든다. 해마다 4,000억~6,000억원의 적자가 계속되면 이르면 2014년, 늦어도 2016년이면 기금이 바닥날 수밖에 없다.
실업급여 적립금은 2006년 5조5,397억원에 달했으나 2008년 5조667억원, 2009년 3조5,310억원, 2010년 2조3,512억원으로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