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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 밝히며 밤샘 작업… 12일 공사도 7일만에 끝내

[창간 기획] 해외건설 수주 50년 대한민국을 일으켰다<br>■ 1세대들의 숨은 비사<br>시한 맞추려 24시간 풀가동·무인도선 뱀과 싸우며 공사도<br>경험 부족·해외업체 견제 뚫고 투혼으로 사우디 신화 일궈





현대건설의 사우디주베일항 공사 당시 고(故) 정주영 회장은 15층 높이에 400톤에 달하는 해상터미널 철재재킷을 국내에서 직접 제작해서 현지로 실어 날랐다.

당시 현대는 이 거대한 재킷을 실어 나르기 위해 1만5,800톤급과 5,500톤급 바지선 두 대를 연결해 1만2,000마력짜리 보트로 예인하는 당시 경쟁사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발주처를 놀라게 했다. 특히 동지나해-인도양을 지나는 해상 수송 도중 말래카해협에서 태풍을 만나는 위기를 맞게 됐을때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바지선의 로프를 끊게 하고, 태풍이 지나간 후 조류를 예측해 바지선도 되찾은 일화는 아직까지 해외건설 50년사의 대표적인 일화로 꼽힌다.


건설업체들이 해외수주 3년 연속 400억 달러 돌파라는 금자탑을 세운 밑바탕에는 1세대 선배들의'땀과 열정'이 배어 있다. 그들은 경험 및 기술부족, 문화적 충돌과 해외 경쟁업체의 견제를 맨 몸으로, 때로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저돌적인 돌파력을 앞세워 극복해냈다. 이 과정에서 해외건설 역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에피소드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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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로 만든 사우디 신화= 국내업체 중 처음 중동시장에 진출한 삼환기업이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 인근 도로 확장공사를 할 때의 일이다. 발주처인 사우디 내무성은 공사를 40일 이내 완공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인력과 장비는 충분했지만 시간이 절대 부족했다. 삼환은 제조업체에서나 볼 수 있는 3교대 작업 시스템을 도입,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 심지어 야간에는 가로등 하나 없는 현장을 밝히기 위해 수백 개의 횃불을 들고 작업 계속했다. 파이잘 사우디 국왕은 한국인의 근면성과 성실성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후속공사인 2차 공사를 삼환에 주라는 특명을 내렸다.

◇"하면 된다"= 초창기 해외건설을 주도했던 삼부토건은 1976년 일본 업체와의 경쟁을 이기고 네팔의 히말라야 쿨레카니 댐 건설공사를 수주해냈다. 하지만 네팔 정부는 일본의 기술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수주경쟁을 벌였던 일본업체는 공사 중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가장 난공사였던 터널공사에서 3m를 뚫는데 공사기간이 16일이 걸린다는 우리측 계획에 일본업체는"12일이면 가능하다"며 비아냥댔다. 삼부는 결국 오기와 끈기로 3m를 7일 만에 뚫고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냈다.

◇무장강도에 쫓기고, 뱀과 싸우고= 현대건설이 1994년 리비아에서 대수로 용수 공급을 위한 송전선 공사를 할 때의 일이다. 공무 책임자인 유영현 부장은 두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다. 현장 답사를 위해 사막을 달리던 중 차량 전복사고가 발생, 머리에 유리 파편이 박혔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는가 하면 발주처에 다녀오다 5명의 무장강도를 만나 납치당했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현대 직원들은 1990년 싱가포르 브라니 컨테이너 터미널 공사 당시 무인도에서 뱀과의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과장이었던 정춘화씨는"숙소 주변에 나무와 풀이 많았는데 비만 오면 뱀들이 숙소 주변에 출현하곤 했다"며 "풀을 깎고 유황을 사다 뿌리곤 했지만 뱀이 한번 나타났다 하면 며칠 동안 잠을 설치는 원시인 같은 생활을 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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