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흐름 빨라진다
여윳돈 2금융권 대거이동…증시·부동산에도 눈길
은행 예금금리가 연 6%선으로 떨어지는 등 초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중 여윳돈이 신탁상품과 종금ㆍ투신사 등 2금융권 쪽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특히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주식 및 사채시장과 부동산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등 자금흐름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증시나 부동산ㆍ회사채 시장이 여전히 불안한데다 금융권에서 이동하는 자금 대부분이 만기 3개월 미만의 이른바 '대기성 자금'이어서 아직 본격적인 자금 대이동 추세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들 부동자금은 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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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금융기관들은 국고채 유통수익률 4%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자금수요도 많지 않아 자금운용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에 이어 투신사마저 머니마켓펀드(MMF)를 중심으로 수탁을 사절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 및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만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던 은행 예금상품이 최근들어 자금유입이 급격히 둔화되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의 경우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1조1,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고 매월 3조~4조원씩 늘어나던 정기예금도 1월에는 2조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달 은행 총수신은 1조3,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 금전신탁의 경우 지난달 중순 이후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이달 들어서만도 8,4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또 투신사 MMF 역시 최근 일주일새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을 비롯, 올들어서만도 무려 10조원 이상이 증가했다.
투신사들은 초단기 상품인 MMF에 이처럼 자금이 몰리자 오히려 상품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규자금 유입을 거절하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증권사 고객예탁금 역시 올들어서만도 2조8,000억원 가까이 늘어났으며 종금사 총수신도 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한편 초저금리로 인해 여유자금을 운용할 만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거액자산가들이 최근 들어 금융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누릴 수 있는 부동산 임대사업이나 주식투자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하는 등 뭉칫돈의 이동움직임도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이진우기자
홍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