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기업 경영난 장기화 조짐

실적·자금사정 10년來 최악美 지표·전망도 '잿빛' 일색 미국 기업들이 9.11 테러 참사로 미국인들의 소비가 줄어들고,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10년만에 최악의 경영실적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최근 탄저병이 확산되면서 회복의 싹을 보이던 소비를 다시 위축시킬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 기업의 경영난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기업신용 급속 악화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따르면 테러 참사 이후 경영실적이 나빠진 기업들이 은행과의 채권 서약서(Covenant)를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예컨데 영화필름 제작업체인 폴라로이드는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채권은행과의 까다로운 서약서 변경을 요구, 은행측에서 이를 수용하면서 몇차례 금융조건을 완화했지만, 지난 12일 마침내 파산법 11조를 신고했다. 신용평가기관인 대니얼 게이츠 무디스의 선임부사장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올들어 채권서약서 변경을 요구한 기업의 수는 지난 90년 이래 가장 많다"면서 "9.11 참사 이후 이런 현상은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의 자금난은 테러 이전부터 악화됐는데, 테러와 보복전쟁으로 더욱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올들어 상반기중에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은 하이-리스크 신디케이트론은 전년동기대비 5.72% 증가했다. 이는 98년 1.25%, 99년 2.04%, 지난해에 3.25% 증가한 것보다 큰 폭이다. 대기업의 경우도 자금사정이 악화되기는 마찬가지다. 또다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5일 제너럴 모터스(GM)과 포드에 대한 신용등급을 두단계 하향조정했다. S&P가 미국 자동차 메이케에 대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기는 지난 93년 이래 처음이다. 포드 자동차의 경우 지난 2분기에 5억5,000만 달러의 적자에 이어 3분기에도 2억 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낼 것으로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했으며, GM도 3분기 수익이 6억 달러로 2분기의 17억 달러에 비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두 자동차회사들은 최근 판매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무이자 할부금리를 적용하는 바람에 경영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한편 미국 5위의 철강회사인 베들레헴은 자산 42억 달러에 부채 45억 달러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철강업체들은 낡은 설비를 개조하지 않은채 아시아 철강회사들과 경쟁에서 패배, 지난 98년 이후 20개사 이상이 파산했다. ◆ 3분기 수익 최악 예상 이번주부터 상장회사들이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는 어닝시즌(Earning Season)을 맞아 기업들이 10년만에 최악의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기업용 PC 메이커인 유니시스는 3분기 수익이 2,000억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0% 감소했으며, 4분기 실적도 좋지 않기 때문에 직원 3,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뱅크오브어메리카는 3분기 수익이 8억4,100만 달러로 월가의 기대치에 적중했으나, 이는 전년동기대비 54% 감소한 것이다.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JP 모건의 에릭 첸은 반도체 업체의 수익이 4분기에 10~15% 감소할 것이므로, 주가가 앞으로 3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른 애널리스트인 리먼브러더스의 에드워드 화이트는 14개 반도체회사의 등급을 하향조정하며 반도체 산업이 2003년까지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탄저균이 확산되면서 소비가 흔들리면서 기업들의 4분기 수익도 악화될 전망이다. 기업경영평가기관인 톰슨-파이낸셜은 500대 상장회사의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22.4% 감소, 10년망에 최악을 기록할 것이며, 4분기에도 2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관은 올들어 매달 기업 수익 전망을 악화한 쪽으로 수정했기 때문에 4분기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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