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바람·풀잎이 선생님… "자연과 함께 자라요"

[숲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1> '숲유치원'에서 희망 찾는 일본<br>나무줍기…모닥불 피우기… 숲속 뛰어 다니며 오감 자극<br>육체·정신적 균형감 키워주고 부모와 아이 소통에도 큰 도움<br>새 유아교육방식으로 자리잡아

일본 기후현 기후시 기후산림과학아카데미 뒷산을 숲유치원으로 이용 중인 단고무시 숲유치원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숲 속을 거닐며 자연을 느끼고 있다./박희윤기자

우치다 숲유치원 네트워크 위원장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각국이 숲을 인간의 삶의 질 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일본, 유럽 선진 각국은 숲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가 하면 숲길을 조성해 걷기 명소로 제공하고 있고 숲에 치유기지를 조성하는 등 국민을 위한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도시민들이 보다 많이 숲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창간 50주년 기획특집으로 선진국이 국민복지증진을 위해 숲을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선진사례와 함께 국내 현황을 심층분석해 국내에서도 숲을 이용해 국민들에게 행복과 건강을 주는 다양한 정책과 사업들이 적극 추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60년대 국토녹화사업을 성공적으로 펼친 일본은 숲을 적극 활용하는 선진녹색복지 모범국가이다. 성인 및 노인, 질병보유자 등을 대상으로 한 숲 활용 이외에 숲을 유아 및 어린이들의 놀이터, 교육공간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30여년 전부터 생겨난 숲유치원은 최근 새로운 유아교육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 숲유치원은 크게 자주보육형, 공동보육형, 주재자형으로 구분된다. 자주보육형은 아이를 갖고 있는 어머니 몇명이 모여서 숲속이나 자연환경이 갖추어진 공원에서 아이들과 활동을 하는 방식이며 공동보육형은 어머니가 당번제로 보육활동을 하고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전문보육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형태다. 주재자형은 스스로 숲 유치원 설립 및 경영자가 돼 자기가 이상으로 하는 보육형태를 추구하는 형태다. ◇모리노 와라베 숲유치원= 일본 기후현 다츠미시에 있는 모리노 와라베 숲유치원은 오전 9시30분 다츠미시 인근 야산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3~4세 어린이 20여명이 빙 둘러선 채 아침인사와 함께 노래를 부른 뒤 교사 1명이 4~5명의 어린이를 인솔하고 숲 탐방에 나선다. 숲길을 걸으며 교사는 아이들에게 식물과 나무, 그리고 자연의 소리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사계절 숲의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도록 한다. 이 숲유치원의 프로그램은 노는 것이 주다. 아침모임(인사), 숲에서의 활동, 점심 도시락먹기, 마지막 모임 등이 전부다. 월 2회 수채화 그리기와 양털 손으로 만지기, 텃밭 가꾸기 등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아사이 토모꼬(41) 원장은 "숲유치원에서는 장애아들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정상적으로 함께 생활한다"며 "숲이라는 자연은 장애아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육체적ㆍ정신적 균형감과 함께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단고무시 숲 유치원= 일본 유일의 산림전문가 양성학교인 기후산림과학아카데미(학장 시노다 요시히꼬)내의 숲을 활용하고 있는 단고무시 숲유치원은 주 3회 유치원을 연다. 한번에20여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하며 3~4명의 부모가 스태프가 돼 어린이들을 돌보고 숲교육에 나선다. 부모중심의 숲 유치원으로 일본의 전형적인 자주교육의 장이다. 단고무시 숲유치원의 특징은 부모가 함께 하면서 부모들 또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것. 아이들을 대할 때 한층 부드러워지고 부모들 또한 어린이들로부터 전혀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는 등 부모와 아이들이 동시에 효과를 보고 있다. 후루타 미우끼(여ㆍ32)씨는 "2년6개월 된 응석받이 아들이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았는데 숲 유치원에 다닌 이후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보인다"며 "영어유치원 다니다가 숲 유치원으로 왔는데 지금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 속에서 뛰어 노는 것"이라고 만족해했다. ◇기후대학 숲유치원= 지난해 2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기후대학 숲유치원은 행사형 숲유치원이다. 이마무라(44) 교수가 담당교수가 돼 운영중인 이 유치원은 월 1회 토요일 또는 일요일 오전9시부터 오후3시까지 나가라강과 후리아이숲에서 운영된다. 3~6세 어린이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기후대학 숲유치원은 물놀이, 나무줍기, 모닥불피기, 계절활동, 오감통한 숲느끼기 등 숲과 개울에서 노는 것이 주요한 프로그램이다. 3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산책을 하게 된다. 이마무라 교수는 "아이들이 숲유치원에 오면 오감사용을 통해 숲을 느끼는 힘이 생기고 스스로 노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며 "숲유치원 교사를 보다 많이 양성해 숲유치원의 전문성을 제고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나노모리 숲유치원= 사이타마현 지치부에 자리잡고 있는 하나노모리 숲유치원은 최근 작고한 재일동포 윤병도씨가 평생 조성한 무궁화동산내에 운영중인 부모중심 숲유치원이다. 지난 2008년 4월 학생 5명으로 개원한 하나노모리 숲유치원은 3~6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시마사키 구니노(51)씨는 "지적발달 장애아인 아들이 일반유치원에 다닐 때 인지능력 향상 커리큘럼이 많아 힘들어했었는데 이곳 숲유치원에서는 다른 친구들이 잘 놀아주고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다 보니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유치원의 가장 큰 특징은 교사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점이다. 아끼꼬 대표는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생각으로 봉사하고 있다"며 "유아 및 어린이 교육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숲과 함께한 아이들은 믿음있고 애정 넘치죠"
우치다 숲유치원 네트워크 위원장 "아이들이 따뜻한 애정 속에서 지역의 좋은 점을 실감하면서 자랄 때 고향을 사랑하고 사람을 신뢰하고 애정이 넘치게 됩니다.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숲이며 이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곳이 숲유치원입니다." 2008년 일본 숲유치원 네트워크를 설립한 우치다 코오이치(56ㆍ사진) 위원장은 "일본에서 최근 숲유치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현재 등록회원수는 100여 개 정도인데 아직 등록하지 않은 유치원이 많아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고 말했다. 1983년 '고도모노 모리(아이들의 숲)' 숲유치원을 개원한 우치다 위원장은 "처음에는 숲유치원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보내도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원생확보가 쉽지 않아 아내와 단 둘이 유치원을 운영해야 했다"며 "지금은 매년 원생이 조기에 마감되는 등 인기가 높다"고 숲유치원 인식변화를 설명했다. 우치다 위원장은 "아이들은 숲유치원에서의 활동을 통해 자연의 여러 가지 사실과 현상, 그곳에 있는 동식물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감성을 끌어올리고 자연에 대한 인식도 높이게 된다"며 "숲유치원 어린이들 대부분이 건강한 몸과 강인한 정신을 겸비한 적극적인 어린이로 성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우치다 위원장은 "한국과 달리 일본정부의 숲유치원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다"며 "일본 유아교육법 범위 내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 숲유치원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개인적 목표"라고 말했다.

■ 본 기획시리즈는 복권기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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