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 주자 캠프에서 자신들의 공약만 앞세우고 국민의 조세부담을 감추려는 이유는 '표'를 위해서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 결과 세 후보 중 누가 집권하더라도 다음 정부에서는 국민들이 역사상 가장 높은 조세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 12월 대선에서 불리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대선 정국에서 조세부담이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퍼주기식' 공약 선전에 몰두할 뿐 재원조달과 이에 따른 조세부담을 간과한 탓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이는 공약 등에 명확히 드러난 문제일 뿐 숨어 있는 '공약(空約)'까지 감안하면 국민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조달방법 여전히 부실하다=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공약은 대부분 장밋빛 청사진으로 그려져 있다.
박 후보는 기존 지출을 줄이고 정부를 개혁해 공약 예산 135조여원의 60%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예산절감과 세출구조조정(71조원), 복지행정 개혁(10조6,000억원) 등 세출을 줄여 60% 정도를 확보하고 세제개편(48조원)과 기타 재정수입 확대(5조원) 등 세입증가로 나머지 40%를 마련하겠다고 항목별 수입 지출표도 공개했다.
문 후보 측은 175조원이 공약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중 재벌 대기업에 편중된 조세감면을 정비하고 고소득자 추가 과세 등을 통해 150조~160조원 마련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의 생각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번 국회가 마무리된 이날까지 각종 비과세 감면은 해당 이해관계자의 반발로 대부분 철회됐다.
그나마도 안 후보는 공약에 드는 예산이 얼마인지조차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고 취재를 통해 150조원 안팎이라는 규모를 내놓았다.
◇'증세 없다'는 것 빈말에 그칠 전망=모든 국민의 세금을 늘리는 '보편적 증세'에는 세 후보가 한결같이 반대했다. 박ㆍ안 후보는 세율을 높이는 좁은 의미의 증세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 문 후보는 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 등 이른바 부자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세율을 높이지 않아도 감면이나 비과세를 줄인다는 후보들의 공약은 넓은 의미에서 증세와 다름없다는 게 세제 전문가의 중론이다. 실제 박 후보 측은 기존에 없던 파생상품거래세 신설을 내세웠고 안 후보 측은 대기업의 각종 감면 축소를 예고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낮추고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높인다는 것 역시 납세자 입장에서 증세와 다름없다.
◇추가 부담에는 침묵하는 대선 후보들=세 후보가 현재까지 밝힌 공약 예산규모도 엄청나지만 실제 국민의 부담은 더 커진다. 세 후보의 예산 추계는 행정부가 집행하는 돈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세 후보의 공통 공약인 동일임금 동일노동 공약은 정부의 예산이 들지 않지만 해당 기업의 사업주가 부담해야 한다. 기업이 제품가격을 높여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내지 않던 세금이 발생하면 이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드는 각종 행정비용도 늘어난다. 학계에서는 이를 간접비용 혹은 사회적 비용이라고 지칭하면서 각 후보가 이 같은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7월까지 나온 공약을 분석한 결과 5년간 ▦새누리당 270조원 ▦민주당 640조원이 들어간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 안종범 의원은 "정부가 예산을 짤 때도 사회적 비용까지 넣어서 계산하지는 않는다"면서 "사회적 비용도 고려요소이기는 하지만 우선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이라도 제대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