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동성場 막연한 기대 금물

최근 경기하강세가 다소 진정되고 해외 증시도 악화일로에서 벗어나 안정세를 나타내자 위험을 피해 관망하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경기여건이나 대내외 증시안정 요인 뿐 아니라 물가상승을 고려할 때 실질금리가 너무 낮다는 견해와 마땅한 투자대안이 없다는 현실도 이 같은 기대감이 확산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수익성 측면에서의 증시자금 유입 기대는 현실과 조금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우선 실질금리가 낮다는 견해는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실질금리는 금리에 현재 물가상승률이 아닌 예상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것이다. 앞으로도 물가가 5%대로 지속해서 오를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판단한다면야 실질금리가 제로 수준 가까이 떨어졌다는 말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투자자들의 인플레 심리는 그리 크지 않다. 만약 예상 물가상승률이 그토록 높다면 금리는 그에 상당한 만큼 이미 올라있을 것이다. 둘째 마땅한 투자대안이 부재하다는 평가는 지나치게 수익성만 강조한 나머지 대우사태 이후 우리 자금시장의 지배적 관점인 안전성은 소홀히 한 견해다. 저축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다소 욕구에 미치는 못하는 금리에도 불구하고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곳으로 몰려다니는 경향을 지속하고 있다. 상황이 바뀌어 자금운용의 초점이 만일 수익성 중심으로 이동된다면 주식시장보다 먼저 자금 채권시장에서 고수익, 고위험 채권 선풍이 한바탕 벌어져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 고객 예탁금이 9조원을 넘나들고 외국인 매수세도 이어지고 있어 유동성 장세 기대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고객예탁금만 놓고 보면 지수가 저점을 기록한 지난 4월10일 이후 1조2,500억원이 늘어났지만 이는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각한 대금과 거의 같다. 외국인의 달러화가 주식매매를 거치면서 국내의 원화로 바뀌었을 뿐 국내 유동성의 증시 유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오히려 4월에 지급되었던 배당금은 한푼도 안 남고 고스란히 인출되었다. 결국 외국인의 손에 좌우되는 천수답 시장의 한계가 또 한번 그대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추가적인 매수세가 기대의 전부라 할 수 있는데 그 사정이 썩 밝은 것은 아니다. 외국인의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에 대한 보유비율은 지난 1월과 4월, 두 차례의 매수붐으로 대부분 50%을 넘겼다. 투자한도가 있는 SKT, 한전, 한국통신 중 한전만 제외하고는 소진율이 100%다. 물론 외국인의 보유비율에 어떤 적정 선이나 최대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포철의 경우 공교롭게 60%선 근처에서 보유비율 확대가 정체되고 있는 현상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또한 1월과 4월의 순매수 확대로 이미 대부분의 펀드에서 한국물의 비중확대조정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경기에 가장 민감하다고 평가되는 한국 주식이기 때문에 1, 4월 미국의 전격적 금리인하가 한국물 편입붐으로 연결되었지만 5월에는 편입붐을 가속화할 특별한 모티브가 없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대목은 현재의 예탁금 수준이 특별한 신규자금 유입을 필요로 할 만큼 적은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주말 코스닥을 포함한 시장 시가총액 대비 예탁금 비율은 3.3%로 93년 이후 평균 2.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강세장이었던 93~94년, 98~99년에도 동 비율이 현재보다 높았던 달은 불과 5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상대적으로 높은 수위의 주식수요 대기자금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600선에 대한 상승부담을 안고 있는 것은 자금 측면보다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기업의 재무위험과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 부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가 변동의 요인으로 투기적 자금의 유출입 자체에만 막연히 기대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자금이동의 원인, 그리고 이미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변화시키는 요인들에 대해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강성모 동원증권 투자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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