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권력이 신으로부터 위임 받은 통치자가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는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일부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었던 까닭에 민주주의는 권력을 지닌 국민의 범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셜 네트워크 세대'가 세계적으로 정치와 민주주의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소셜 네트워크 세대들이 세상과 리더십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20세기가 계급적이고 분리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개방된 협업 시대다. 열린 생각으로 논쟁하고 타인의 지식과 생각에 접속하는 인물들이 시대를 이끌고 있다.
저자는 이를 '넥스트 데모크라시'(next democracy)라고 부르며 '넥스트 데모크라시'의 구체적인 모습들을 소개한다. 공통점은 수많은 시민이 직접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2005년 허리케인으로 망가진 미국 뉴올리언스를 재건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아메리카스피크스(AmericaSpeaks)가 주관한 '21세기 반상회'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회의에 참석한 시민들은 열명씩 한 테이블에 앉아 회의전문 자원 도우미 수백 명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시의 미래를 논의한다. 미리 마련된 자료를 참고하고 특정 주제나 질문에 대해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논의한 후 키패드를 통해 익명으로 여론조사에 응한다. 시민 공동체의 생각과 의견은 곧 집계돼 대형 스크린 위에 투사된다. '21세기 반상회'는 이런 절차를 거쳐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된 정책이 결국 뉴올리언스 재건 방안으로 채택되었다.
이 과정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이 과정을 경험하면서 민주주의란 고난에 빠진 당사자들이 고난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민주주의란 그들(지도자들)에게 땅으로 내려와서 우리와 함께 결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를 위해서 무엇인가 하겠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를 배제한다면 그 일은 더 이상 나를 위하고 나와 관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난 세대를 정의하는 이데올로기적 논쟁이 정부의 크기에 대한 것이었다면 소셜 네트워크 세대가 마주한 가장 시급한 질문은 거버넌스 과정의 본질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거버넌스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면 '국민인 우리'에게서 기원해야지 선의의 공직자가 우리에게 선심 쓰듯 주는 것이어서는 안되며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필사적으로 개별 지도자에게 의존하는 변화 너머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