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아차 노사 '전임자 갈등' 심화… '타임오프' 풍향계 될듯

使 "처우 등 현행 요구안 삭제해야"<br>한달이상 상견례도 못하고 신경전<br>"향후 주도권 결정 바로미터" 주목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소형 CUV인 소울이 생산되고 있다. 오는 7월 타임오프제 시행을 앞두고 전임자 처우 현행 유지를 놓고 벌이는 기아차 노사의 교섭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경제DB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 시행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기아차 노사가 전임자 처우 문제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전임자 현행 유지 조항을 요구안에서 삭제하지 않으면 임단협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사측이 일부 사안을 문제 삼아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달 한 달간 특근 거부로 맞서고 있다. 기아차 노사의 이 같은 대립은 오는 7월부터 타임오프가 시행되면 다른 현장에서도 벌어질지 모를 노사 간 힘겨루기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기아차 노사에 따르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상견례도 치르지 못한 가운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노조는 사측에 5월17일 이후 다섯 번째 상견례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이에 불응했다. 노조의 요구안에 담겨 있는 전임자 처우 현행 유지 조항이 문제가 됐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전임자 문제는 새 노조법 시행에 따라 회사의 손을 떠난 사안"이라며 "법이 금지하는 것을 노사가 논의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안에서 전임자 처우 조항을 삭제하지 않으면 회사는 절대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조는 발끈하는 분위기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단협 요구안에는 주간 연속 2교대제, 생계비 부족분 해결, 해외생산 비율제 등 여러 사안들이 있다"며 "사측이 전임자 문제를 핑계로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기아차 노조는 최근 한 달 동안 특근을 거부하기로 결정했고 9일 요청한 교섭제의를 사측이 또다시 거부하면 투쟁 수위를 더욱 높일 예정이다. 타임오프제가 적용되면 기아차 노사 관계는 큰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금속노조 산하의 대표적인 강성사업장으로 분류되는 기아차 노조는 7월부터 기존 137명에 달하는 전임자 수를 19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부분 전임자를 활용해 타임오프 시간을 나눠 써도 38명을 넘을 수 없다. 노조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임단협을 통해 전임자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은 단호하다. 사측은 노조의 전임자 처우 현행 유지는 개정 노조법의 근본취지를 퇴색시키고 무력화하기 위한 초법적인 요구안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최근 단협 유효기간이 3월 말로 만료됨에 따라 전임자 급여와 차량 유류비 등 노조에 대한 지원을 7월부터 중단하겠다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단협이 만료됨에 따라 사측이 제공해왔던 전임자 급여와 같은 채무적 부분은 효력이 상실됐다"며 "노조 측에 자구책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타임오프제 시행을 앞두고 사측이 이처럼 전방위적 압박을 벌이고 있지만 노조는 물러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교섭이 열리기도 전에 회사가 노조 요구안을 두고 특정 부분을 삭제하라는 것은 우리더러 고개를 숙이고 협상장에 들어오라는 것과 다름없지 않느냐"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도 법이 개정된 만큼 타임오프제 시행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수는 있겠지만 전임자 처우 조항은 요구안에서 절대 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번 기아차 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최대 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아직 정중동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기아차 노조의 전임자 처우 보장 요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이후 전체 노사관계의 주도권 향배가 정해지는 것은 물론 다른 사업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 노조가 사측의 강경한 입장에 맞서 파업까지 갈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며 "다만 기아차의 교섭 결과는 타임오프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뿌리내리는지 짐작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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