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지뢰밭 코스에 핀 장미

저스틴 로즈 US오픈 제패… 43년 만에 잉글랜드 선수 챔프<br>깊은 러프·벙커 도사린 난코스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 꿈 이뤄<br>미컬슨 여섯번째 준우승에 한숨<br>우즈 13오버파 공동 32위 굴욕


깊은 러프와 벙커로 무장한 '지뢰밭' 코스는 언더파 스코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인내심 유지가 승부를 가르는 최대 요소가 됐고 저스틴 로즈(33ㆍ잉글랜드)가 최후의 승자가 됐다.

로즈가 제113회 US 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아드모어의 메리언GC 동코스(파70ㆍ6,99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로즈는 버디 5개와 보기 5개로 타수를 잃지 않은 끝에 정상 고지에 우뚝 섰다. 3라운드에서 선두 필 미컬슨(43ㆍ미국)에 3타 뒤진 공동 5위였지만 최종합계 1오버파 281타로 미컬슨과 제이슨 데이(호주)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상금 144만달러(약 16억2,000만원)를 받았다.


로즈는 이로써 잉글랜드에 무려 43년 만에 US 오픈 우승트로피를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US 오픈을 제패한 잉글랜드 선수는 1970년의 토니 재클린이었다. 메이저대회를 통틀어서도 1996년 마스터스의 닉 팔도 이후 17년 만의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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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컬슨은 퍼트 난조에 시달려 공동 2위에 머물렀다. 사흘 내리 선두를 달렸던 미컬슨은 이미 자신이 갖고 있던 US 오픈 최다 준우승 기록을 6차례로 늘리며 무관의 징크스를 털어내지 못했다.

이날 미컬슨보다 먼저 경기를 시작한 로즈는 10번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줄이며 우승경쟁에 뛰어들었다. 선두였던 미컬슨이 전반에 버디 1개와 더블보기 2개를 범해 3타를 잃으면서 로즈는 1위로 올라섰지만 다시 위기를 맞았다. 미컬슨이 10번홀(파4)에서 75야드짜리 샷 이글을 터뜨려 선두 자리를 다시 내준데다 11번홀(파4)에서는 그린 주변 벙커 샷 실수로 1타를 잃어 2타 차로 떨어졌다. 그러나 12번(파4)과 13번홀(파3) 연속 버디를 잡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타 차로 앞선 로즈는 까다로운 마지막 2개 홀을 잘 넘겼다. 17번홀(파3)에서는 티샷을 그린에 잘 올렸고 18번홀(파4)에서는 4~5m 거리를 남긴 그린 가장자리 러프에서 창의적인 페어웨이우드 칩샷으로 볼을 홀 바로 옆에 붙였다. 미컬슨은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버디가 절실했던 마지막 홀에서 티샷을 왼쪽 러프로 보냈고 회심의 세컨드 샷마저 그린에 못 미치면서 오히려 보기를 기록, 공동 2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미컬슨에 1타 앞선 채로 먼저 경기를 마친 로즈는 하늘을 우러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아버지가 생각이 나서 하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니어 시절 로즈를 지도하고 캐디로 나서기도 했던 아버지 켄 로즈는 아들의 메이저 우승을 보지 못하고 2002년 57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졌다. 로즈는 아마추어 시절이던 1998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고 유럽 투어에서 4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20대 후반부터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다. 2010년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승을 신고한 뒤 2011년 BMW 챔피언십, 2012년 캐딜락 챔피언십 등 굵직한 대회를 제패한 데 이어 37번째 메이저대회 출전 만에 마침내 꿈을 이뤘다. PGA 투어 통산으로는 5번째 우승. 세계랭킹도 5위에서 3위로 끌어 올렸다.

UC버클리 2학년에 재학 중인 재미교포 마이클 김(20)은 지역 예선을 통해 본선에 진출, 공동 17위(10오버파)를 차지하며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켰다. 5년 만에 메이저 통산 15번째 우승을 노렸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1996년 프로 데뷔 후 US 오픈 최악의 타수인 13오버파로 부진해 공동 32위로 마감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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