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성장대책 눈감은 대선후보


최근 주요 기관들이 전망한 올해와 내년의 한국 경제 성장률은 우리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 국면에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국회 예산정책처,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경제연구원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2.5%, 내년 3.4%다. 잠재성장률 추정치인 3.7%(국회 예산정책처)~3.8%(한국은행)를 크게 밑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2009년 0.3%까지 하락한 후 회복되던 경제가 다시 침체하는 것이다.

성장 없인 일자리·양극화 해결 어려워

이 같은 전망은 유로존 재정위기 안정화, 미국 재정절벽 해결,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7.7~7.8%)이라는 가정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셋 중 하나라도 삐끗하면 올해 성장률은 2% 초반, 내년에는 3%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 실제로 유로존 위기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중국이 경착륙할 것이라는 경고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잠재 GDP의 차이인 GDP갭이 올해 마이너스(경제가 잠재치만큼 성장하지 못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GDP갭도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다. L자형 침체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단기 경기 순환상의 침체뿐만 아니라 중기적으로도 잠재성장률 하락 등 저성장기로 들어가는 구조 변화 가능성이 보인다. 단기 경기 순환상의 침체와 중기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구조 변화가 동시에 일어날 때는 잠재성장률 하락 대책 마련에 소홀하게 돼 성장동력이 더욱 크게 훼손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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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를 어렵게 하는 고용 불안과 양극화 해결은 성장 없이는 공염불이다. 1% 더 성장하면 평균 6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 분배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0.3% 개선된다. 성장이 없으면 세수도 줄어들어 복지도 어렵게 된다. 흔히 '일자리 없는 성장'이라고 단순화시켜 일자리가 중요하지 성장은 중요하지 않다는, 필자의 경제학 지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 서슴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없는 성장은 성장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줄었다는 것이지 성장 없이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아니다.

성장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줄어든 데는 상대적으로 덜 노동 집약적인 정보기술(IT)산업 중심의 성장과 중간 소재부품의 낮은 국산화율이 주된 이유다. 따라서 주로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중간 소재부품의 국산화율과 기술 품질을 높여 일류 제품에 더 많이 투입되도록 하고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출과 성장 자체를 부정하면 일자리와 중소기업이 설 땅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경기 안정화·성장동력 확충 공약을

IT산업이 덜 노동 집약적이라고 해서 노동 집약적인 농업ㆍ경공업ㆍ비IT산업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런 분야도 이미 빠른 속도로 기계화ㆍ자동화ㆍ전산화되고 있다. 이러한 인류문명의 발전 추세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므로 거역해서도 안 되고 거역할 수도 없다.

성장 없이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대개 공공 부문 일자리이거나 정부 지원을 받는 사회적기업 일자리 등이다. 이런 일자리는 재정 부담이 수반되므로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반면 투자와 성장을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세수를 증가시켜 사회안전망ㆍ복지 등 다른 재정 지출을 가능케 하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이런데도 대선주자들의 공약 어디에도 성장은 없다. 하루 빨리 대선주자들은 단기 경기 안정화와 중장기 성장동력 확충 등 성장 대책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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