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로 디지털 전자제품 수출이 위축되면서 전자ㆍ컴퓨터업체들이 해외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생산한 디지털 전자제품의 역수입이 급증,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ㆍLG전자ㆍ대우일렉트로닉스ㆍ삼보컴퓨터 등 국내 전자ㆍ컴퓨터업체들은 환율이 세자리까지 떨어지자 국내생산을 줄이고 대신 중국 등 해외생산기지를 풀가동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둔 이들 기업이 달러 약세 속에서 국내공장의 채산성 악화를 막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5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MP3플레이어(-64.8%), 에어컨(-52.3%), PC(-53.9%), 노트북컴퓨터(-47.3%), 아날로그TV(-31.3%) 등의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크게 감소했다. 4월 디지털 전자제품 수출은 결국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줄어든 79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달에 비해서는 7억달러나 감소한 것. 일평균 수출액도 3억5,500만달러로 2월(3억9,000만달러)부터 2개월 연속 줄었다.
산자부는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국내기업도 고정환율제로 가격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중국의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반면 국내생산은 조절해 직수출이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동남아 현지공장의 생산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산 디지털 전자제품 수입이 지난해 4월보다 24.3% 급증하며 4월 전체 수입도 3.3% 증가한 45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노트북컴퓨터(7,000만달러ㆍ94.4%), 프린터(3,900만달러ㆍ56%), 컴퓨터 부품(7,500만달러ㆍ41.5%)의 수입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정부는 환율하락 속에서 디지털 전자산업의 국내생산 위축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자부 디지털전자산업과의 한 관계자는 “5월에도 에어컨ㆍ세탁기 등 가전과 컴퓨터류의 국내생산은 대거 조절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생산 위축이 장기화하면 구조조정과 소득감소로 이어져 하반기 경기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