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미 정상회담] 원산지검증 실태 어땠길래

세관직원 바뀔 때마다 기준 달라져

무역·통상 발목 잡던 '뜨거운 감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난 2년 동안 원산지 검증 문제는 양국의 '뜨거운 감자'였다. FTA 원산지 규정이 복잡하고 협정과 다르게 발급된 원산지 증명서로 상대국 세관에서 특혜 관세 적용이 배제되는 등 기업들의 피해가 종종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말 이후 원산지 사후 검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자칫 FTA의 취지가 퇴색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상호주의에 기초해 주요 교역 품목에 대한 원산지 규정을 폭넓게 인정하기로 함에 따라 양국 간 무역과 통상을 제약하는 걸림돌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검증은 FTA 또는 국내법에서 정한 원산지 요건의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위반하면 제재하는 일종의 행정 절차다. FTA에 따른 특혜 관세를 적용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제품 수입이 일정 기간 보류되는 경우도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현재 한국과 FTA가 발효 중인 국가는 46개국이다. 하지만 국가별·업종별로 원산지를 검증하는 방법과 기준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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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섬유제품을 제외한 전체 품목에 대해 세관이 서류를 제출 받아 직접 검증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필요하면 정보요청과 함께 서면질의·방문조사를 병행한다.

원산지를 검증하는 기준은 △완전 생산 △세번 변경 △부가가치기준(한미 FTA는 35~55%) △가공 공정 등 4가지로 크게 나눠진다. 이 모든 절차가 수출입 품목별로 검증 기준이 다르다. 4가지 조건 중 한 가지 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부가가치 기준만 해도 생산공정 및 생산시설 확인 자료를 통한 각 공정 수행 여부, 제품 생산에 사용된 원재료의 가격과 원산지의 정확도 여부 등을 검증하고 있다. 제품을 생산할 때 어떤 재료를 사용해 어떻게 가공했느냐 여부 등으로 원산지 충족 요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원산지 요건 이외에 거래 당사자나 세율, 운송 경로 등을 허위 표시하는 경우도 제재를 받는다. 관세청 관계자는 "불공정 무역행위를 방지하고 제3국 물품의 우회 수출입을 막아 국내 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FTA 원산지를 검증할 때 과도한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며 상호 비판해왔다. 원산지 검증 과정에서 상대국이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특혜 관세 적용이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합의된 매뉴얼이 없다 보니 담당자가 바뀌면 기준이 달라지곤 했다는 지적이다. 중소 수출업계의 관계자는 "수출입 통관시 챙겨야 할 서류가 너무 많다"며 "검증 단계도 복잡하고 이 과정에서 관세 면제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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