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돈 쏟아붓기… “불안한 금리 안정”/한보 부도 1주

◎경제 전반/물가 악영향 스태그플레이션 등 우려/외환시장 불안 증폭,원화환율 상승도한보철강이 부도처리된 지난 23일이후 자금 및 채권시장은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외견상 큰 충격을 나타내지는 않고 있다. 콜금리의 경우 한보사건발생 다음날인 24일부터 치솟기 시작, 27일에는 12.72%까지 올랐다. 그러나 28일에는 한은의 신축적인 자금공급의 영향으로 반락, 전일보다 0.28%포인트 하락해 다시 안정세로 돌아섰다. 회사채수익률의 경우는 한보철강 부도 다음날을 제외하면 오히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부도당일 연12.02%였던 회사채수익률은 그 다음날 12.08%까지 올랐다가 떨어지기 시작, 29일에는 다시 연 11%대로 진입했다. 이처럼 장단기금리가 한보 부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안정세를 보인 것은 무엇보다도 부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통화당국의 신축적인 통화공급 때문이다. 한은은 24일 역RP를 통해 1조원을 지원한데 이어 27·28일 양일간에 걸쳐 통안증권 중도환매를 통해 2조6천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공급했다. 이같은 한은의 신축적인 통화관리는 당장 부도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을 흡수하는데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같은 「돈 쏟아붓기」가 상당한 후유증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기치 못한 요인에 의한 통화증발은 어떤 형태로건 총수요에 영향을 미쳐 물가에 악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보부도는 자금 및 채권시장과는 달리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28일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10년만에 최고치인 8백58원선을 넘어섰다. 물론 이같은 원화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국제적인 달러화 강세 요인이 결정적이었으나 한보부도는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증폭시켜 추가적인 환율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율의 이같은 가파른 상승세는 현실적으로 경상수지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오히려 수입물가 상승을 촉발, 향후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1·4분기 성장도 5%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 「물가상승속의 성장하락」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최악의 경기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당장은 설 경기가 꽁꽁 얼어붙을 것은 자명해 설을 전후한 연쇄부도가 우려되고 있다. 한보철강의 부도는 또 국내 금융기관 및 기업들의 국제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쳐 해외로부터의 자금조달을 크게 어렵게 하고 있다. 올 1·4분기중 해외증권 발행을 예정했던 상업은행, 장기신용은행, 한국제지 등이 발행조건악화로 2·4분기로 발행을 연기했으며 역시 이 기간동안 발행을 예정했던 기아자동차, 미원유화 등 10개 기업들도 발행조건의 완화나 발행 자체의 연기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상석> ◎철강업/당진제철소 가동중단 위기… 업계 비상/강관·중소철강업체 등 조업차질 불가피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가 30일부터 전면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놓임에 따라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보의 주요 생산품인 열연강판의 공급이 끊길 경우 이를 공급받아 가공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강관을 비롯한 강관업계나 중소철강업체들이 잇달아 조업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열연강판 총생산량은 1천1백56만톤에 이를 전망. 이 가운데 한보철강이 맡는 물량은 1백50만톤으로 국내 공급비중이 12%에 달한다. 이에따라 한보 당진제철소의 가동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열연강판의 수급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보의 공장가동 중단은 그동안 공급과잉 상태였던 철근시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한보의 철근 생산량은 월평균 15만톤 정도. 이는 국내 총생산량의 17%에 해당하는 적잖은 규모다. 특히 한보철강이 부도난 직후 국내외 고철업체와 운송업체들이 자금결제 지연 등을 이유로 고철공급 및 배송작업을 중단해 공급차질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따라 이달초까지만해도 55만∼60만톤에 달하던 국내 철근재고가 한보철강 부도전인 20일께는 52만8천톤, 부도이후인 27일에는 47만2천톤으로 줄었다. 한보철강 관계자는 『30일이면 당진제철소의 고철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공장 가동이 완전중단될 것으로 보인다』며 『불을 껐던 전기로를 다시 가동시켜 조업안정까지는 상당한 비용이 투입될 것이므로 채권은행단의 자금지원이 빨리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한보의 주력 생산제품인 열연강판 및 철근의 경우 과잉상태인 생산자재고와 유통재고를 해소하는 주요인으로 작용, 시황을 빠르게 호전시키는 촉매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열연강판이나 철근의 경우 국내 생산량 뿐 아니라 덤핑수입물량이 워낙 엄청나 생산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켜왔다』며 『한보 부도가 철강제품의 수급난으로 연결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한상복> ◎중공업/설비공급 현대·삼성 등 대응 부심 한보에 플랜트등 중공업설비를 공급했던 현대·삼성중공업등 중공업업체들이 한보의 부도로 공사대금을 물려 적잖은 피해를 입고 있다. 중공업업체들은 발전설비공사등 대부분의 공사가 아직 진행중이어서 공사진행 및 중단여부를 둘러싸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보의 냉연공장 냉연도금설비 등 총 7건 1천80억원규모의 공사를 추진중인 현대중공업은 한보철강의 부도로 공사를 중단해야 할 처지다. 현대는 『오는 3월 완공 예정이었던 냉연공장건설과 관련, 1백50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지못하고 있으며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어음 1백50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현재 건설중인 당진제철소의 2기 발전설비공사(5백억원 규모)에 대해 1기 공사는 이미 완공, 공사대금을 대부분 회수했으나 현재 진행중인 2기공사의 자금 2백억원대 규모에 대해선 자금회수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우중공업도 크레인 설비공사등을 하고 현재 75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지못한 상태다. 또 코렉스 1·2호기 설비공사를 진행중인 한라중공업도 현재 4백억원가량의 진성어음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중공업등 다른 중공업업체들도 설비공급 및 건설공사 대금으로 상당액의 어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중공업업체들마다 한보부도에 따른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공업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공업체마다 상당액의 공사대금을 받지못하고 있는 상태며 한보의 건설공사사향에 맞춘 원부자재도 상당량 보유,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정부와 채권단의 보다 신속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이용택> ◎수출 영향/올 철강 차질액만 1억불 예상 한보 사태는 수출에도 적잖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직접적인 수출차질액은 1억달러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또 한보철강의 제품 수출을 대행해온 종합상사들은 수출계약 불이행에 따른 클레임 제기로 인한 피해와 올 수출목표 달성에 차질도 우려하고 있다. 한보철강의 수출대행사로 지정된 상사는 (주)대우, (주)쌍용, (주)선경, 효성물산, 해태상사, 두산상사, 한라자원 등이다. 이들이 한보철강의 부도로 입게될 차질액은 6천만달러 상당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한보철강 자체의 수출물량까지 포함하면 올해 직접적인 수출차질액은 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상사별로는 효성물산이 올해 한보철강 제품 1천6백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계획을 세웠으나 한보철강 부도로 목표달성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주)대우와 (주)쌍용은 한보철강 취급물량이 미미한데다가 대부분 오는 2∼4월 선적분이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큰 피해를 보고 있지 않으나 이미 계약된 2∼4월분 물량의 납기를 맞추기가 불가능, 계약불이행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주)선경을 비롯한 여타 상사들도 아직까지는 큰 피해가 없으나 한보철강의 정상가동이 어려워지면 수출에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주문받은 제품에 대한 납기불이행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가 없다』면서 『한보철강의 수출대행물량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는 하지만 철강제품의 특성상 한번 거래가 끊긴 바이어와는 다시 거래를 트기 어렵기 때문에 올 수출목표 달성이 매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상사들의 경우 수출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선수금 지원, 선인수증 제공 등을 통해 한보측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자금상의 피해도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진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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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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