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타이틀을 따낸 직후에 최철한은 상하이행 비행기를 탔다. 잉창치배 세계선수권전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타이틀홀더가 되었으므로 자동적으로 출전권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선수단은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최철한, 송태곤의 5인. 이 가운데 이세돌은 1회전에서 중국 콩지에에게 패하여 일찌감치 탈락했고 유창혁은 2회전에서 중국의 창하오에게 패하여 역시 탈락했다. 8강전에 오른 기사는 중국이 4인, 한국이 3인, 일본이 1인이었다. 8강전의 대진 추첨이 벌어졌다. 송태곤은 일본 대표로 나온 왕밍완과 두게 되었고 최철한은 공교롭게도 이창호와 두게 되었다. 다른 두 쌍은 중국 기사끼리의 대결. 최철한은 꼭 1주일만에 이창호와 다시 한번 승부를 가리게 된 것이었다. 선배인 이창호가 돌을 한움큼 쥐었다. 짝수와 홀수 맞히기에 최철한이 실패하여 흑백의 선택권은 이창호에게 주어졌다. 이창호는 주저없이 백번을 선택했다. 덤이 8집인 잉창치대회이므로 백을 선택한 것이었다. 만약 최철한에게 흑백의 선택권이 주어졌더라면 그도 역시 백을 선택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흑으로 두게 돼서 좀 실망했나?” “그렇지는 않아요. 덤이 한국식과 겨우 1집의 차이니까 별로 의식할 것도 없었어요. 이번 예선에서는 세 판을 다 흑으로 두어서 이겼는걸요.” “얼마 전에 김만수5단이 ‘이창호 이기는 법’을 발표한 일이 있는데 기억하나?” “대충요.” “그 내용에 동감하는가?” “별로요.”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