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전/선진국 금융기관] NET STREET의 도전

그러나 메릴린치 주가는 발표 직후 이틀 동안 폭락, 16%나 빠졌고, 시가 총액도 50억 달러나 내려앉았다. 온라인 브로커 사업이라면 투자비도 별로 들지 않는데도 메릴린치는 투자비의 수백배나 되는 주가 손실을 보아야 했다.이유는 간단하다. 예컨데 개인투자자가 메릴린치의 기존 브로커를 통해 1만 달러 어치의 주식을 거래하려면 250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메릴린치가 개설한 온라인 브로커를 이용할 때는 29.95 달러면 충분하다. 주식 투자자로부터 고리를 뜯어 먹고 사는 증권회사로서는 엄청난 타격이다. 메릴린치가 제살을 깎기로 온라인 사업에 진출한 것은 3년전에 등장한 신생 온라인 브로커 업체들의 가공할만한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뉴욕 월가는 증권투자를 중개해 주는 투자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메릴린치·골드만 삭스·살로먼 스미스바니·모건 스탠리·리먼브러더스 등의 투자은행들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은밀하게 담합, 세계 최대의 증시를 이끌고, 나아가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투자 은행들은 투자 자금의 3~5%의 수수료를 받아, 연봉 100만 달러를 넘는 펀드 매니저들을 고용해 왔다. 도도하기만 하던 월가의 투자 카르텔은 3년전부터 사이버 유령에 위협받고 있다. 다름 아닌 온라인 브로커 또는 「E-브로커」라고 불리우는 집단이다. 뉴욕 월가(WALL STREET)는 인터넷에 의한 새로운 투자그룹, 즉 「넷 스트리트(NET STREET)」에 의해 서서히 잠식되고 있는 것이다. 급격한 신장세를 보인 온라인 브로커의 선두 집단은 찰스스왑과 E*트레이드·아메리트레이드 등이다. 지난 6월말 현재 온라인 브로커의 고객자산 규모는 4,200억 달러, 구좌수는 730만개로 1년전에 비해 각각 두배로 늘어났다. 온라인 브로커들이 뉴욕 증시의 증권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7년초 8%에서 최근엔 15%를 넘어섰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수수료와 투자 자문,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거만한 투자기관보다는 가정에서 안락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E-브로커를 찾으려 한다. 온라인 브로커 회사들은 97년에 수수료를 50% 인하한데 이어, 지난해부터 각사마다 치열한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컨데 20 달러짜리 주식 200주를 살 때 E*트레이드는 8달러, 아메리트레이드는 15달러, 찰스 스왑은 30달러를 받는다. 사이버 증권거래가 만드는 넷 스트리트는 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월가에 혁명적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첫째 월가 투자회사들의 담합을 깨고 있다. 증권감독당국은 지난 75년 투자회사 또는 딜러들의 수수료 담합을 금지했다. 그후 선도 회사가 일정액의 수수료를 정하면 다른 회사가 따라가는 방식으로 고정 요율을 지켜왔다. 그러나 E-브로커들이 시장의 일각을 장악하면서 월가 브로커들의 암묵적 담합이 깨지고 있다. 둘째 개인투자그룹을 활성화, 컴퓨터 앞에서 E-브로커의 지도를 받으며 주식을 거래하는 새로운 풍조를 만들어냈다. 세째 미국 일반인들이 찾는 뮤추얼 펀드도 E-브로커들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 거대한 자금줄의 일부가 온라인 거래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뮤추얼 펀드의 자금 유입량이 전년 대비 40% 줄어들었다. 이는 금액으로 1,000억 달러에 이른다. 신생 온라인 브로커들도 사업 다각화에 나서 이른바 종합 디지털 뱅크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6월초 E*트레이드의 크리스토스 코차코스 회장은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를 방문, 온라인 은행업을 하고 있는 텔레뱅크의 미첼 캐플란 사장을 만났다. 둘은 점심을 먹으며 죽이 맞았다. 증권 브로커와 은행업을 합치자는 코차코스 회장의 제안에 캐플란 사장의 즉석 답변은 「OK」였다. 두 회사는 전자상거래 사상 최대 규모인 18억 달러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코차코스 회장은 이어 온라인 투자은행인 E-오퍼링사의 지분 28%를 매입했고, 온라인 상거래회사인 아키펠라고의 주식 18%, 온라인 대출은행인 E-론의 주식 2%를 사들였다. 뮤추얼 펀드에서 증권거래·상업은행을 포함, 투자은행의 영역인 기업공개(IPO)까지 디지털화하는 것이 E*트레이드의 목표다. 그러나 인터넷이 만드는 새로운 투자방식에 한계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아직 E-브로커들이 영세하므로 대형 투자상담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온라인을 통한 전체 주식거래량(4,200억 달러)은 메릴린치의 연간 거래량 14조 달러에도 훨씬 못미친다. 또 온라인 정보가 사람을 직접 만나 투자상담을 하는 재래식 투자회사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부유층이나 안전한 투자를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다. E*트레이드의 고객이 평균 39세에 2만5,000달러를 투자하고 있는데 비해 메릴린치의 고객은 평균 52세에 2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탄생한지 3년밖에 되지않아 한계는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주식 거래는 새로운 세기의 주도적 거래방식이 바뀔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관련, INTERNET 주소) E*TRADE (WWW.ETRADE.COM) CHARLES SCHWAB (WWW.SCHWAB.COM) DLJDIRECT (WWW.DLJDIRECT.COM) MORGAN STANLEY DEAN WITTER (WWW.DEANWITTER.COM) PAINEWEBBER (WWW.PAINEWEBBEREDGE.COM) MERRILL LINCH (WWW.PLAN.ML.COM) AMERITRADE.COM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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