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최태원 회장 공판에 거는 기대


27일 오후2시 417호 법정. 별다른 변동이 없는 한 최태원 SK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이 시각 이곳에서 열리게 된다. 앞서 최 회장은 배임죄 등으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항소심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김승연 한화 회장에 이어 배임죄에 대한 재판부의 또 다른 판결이라는 점에서 재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사실 기업인의 배임죄는 그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적용돼왔던 것이 현실이다. 법조 전문가들조차 현행 판례와 법규대로라면 지극히 합리적인 경영판단으로 인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것조차 배임죄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대교수는 "(우리나라의) 배임죄가 '걸면 걸리는 범죄'라는 데 독일ㆍ일본 및 우리나라 학자들의 인식이 일치하고 있다"며 "상법에 명확한 규정을 넣는 등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현행 배임죄 적용방식은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아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죄형 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배임죄를 정서법이 아닌 법리상 논리로만 판단하게 되면 무죄에 가깝다"고 말했다.


26일 김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하급법원이 인정한 배임죄에 대해 극히 일부지만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물론 상당 부분 하급법원의 배임죄를 인정한 것이지만 배임죄의 잘못된 적용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재계는 대법 판결을 반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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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논란 속에서 나온 김 회장의 판결이 최 회장 항소심 선고공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배임죄는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사회적 정서와 정치적 판단 등에 의해 무원칙하게 적용돼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최 회장 공판의 경우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실질적 증언조차 제대로 수렴되지 않는 상태다. 기업인에 대한 법 적용이 옳지 않게 이뤄졌다면 법원은 이를 용기 있게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법치주의는 정서나 정치적 필요가 아니라 법리적ㆍ실체적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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