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 지분 100% 인수를 시작으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삼성생명이 예상 밖의 암초를 만났다.
삼성생명이 피인수 회사인 삼성자산운용의 주주들에게 통보한 희망 매수가격을 놓고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지분율이 5% 미만이어서 완전자회사 편입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들이 끝까지 버틸 경우 강제 매수 실시에 따른 잡음이 예상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달 초 각 주주들에게 주식 공개 매수 의사를 통보했다. 동의 여부 전달 기한은 이달 말까지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증권이 65.2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이며 삼성화재(13.4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7.7%),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13%), 삼성중공업(3.88%),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2.57%), 삼성꿈장학재단(2.51%), 기업은행(1.78%) 순으로 이뤄져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꿈장학재단 지분이 이사회 승인을 받음에 따라 총지분 중 94%가량을 확보했다.
문제는 나머지 6%가량의 지분인데 기업은행과 소액주주(4.5%) 등이 아직 최종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이 중 삼성자산운용 설립 당시 투자자로 참여했던 기업은행은 삼성생명이 제시한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과 외환거래나 창업펀드 등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삼성생명이 제시한 희망 매수가격이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정한 주당 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서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턱없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생명의 제시 가격은 2만2,329원. 소액주주들은 삼성자산운용 주식이 장외에서 2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제시 가격이 더 올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 배당 성향이 높은 삼성자산운용을 포기할 수 없다는 투자 수단 지키기 심리도 배경에 깔려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보통주 1주당 1,250원을 배당, 미래에셋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의 동일 사업자뿐만 아니라 전체 삼성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배당 성향을 기록하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한때 3만6,500원까지 오를 정도로 우량한 주식의 매입가격을 2만원 초반대로 결정한 근거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소액주주 대부분이 자사주를 받은 사람들인 점을 고려하면 우월적 지위로 주식을 갖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은 그러나 희망 가격 산정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소액주주들이 근거로 내세운 장외가격은 거래량이 거의 없는 호가에 불과할 뿐인 데다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적법하게 산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기업은행이 장부에 게재한 삼성자산운용 주당 가격은 2만3,000원대로 삼성생명이 제시한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삼성생명은 일단 강제 매각 카드는 쓰지 않고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소액주주들을 설득해나간다는 입장을 보였다. 소액주주 주장에 굴복해 차등 가격을 제시할 경우 배임을 우려한 다른 주주들의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강제 매각을 진행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중계약이나 강제 매각은 절대로 없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며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찾아가 끝까지 설득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