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침몰] 이름만 바꿔 17년전 계열사 그대로 승계… 세모 고의부도 의혹

■ 속속 드러난 유병언 자산 보니

청해진해운 보유 선박·면허 등 세모해운 판박이

주식회사 천해지도 '조선사업본부' 넘겨 받아

부도처리로 부채 탕감 받고 되사오는 수법 쓴듯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숨어 있던 수천억원대 재산과 계열사 현황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17년 전 있었던 세모그룹 부도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부도 직전까지 세모그룹을 구성했던 핵심 계열사와 자산들이 17년이 지난 현재 유 전 회장의 손으로 차례차례 되돌아온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17년 전 세모그룹은 조선·식품·자동차부품·건설·도료 등 다양한 사업들을 해왔다. 과거 세모그룹 소속 15개 사업부에서 이뤄지던 이 사업들은 현재 유 전 회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아이원아이홀딩스를 통해 이름만 바뀐 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청해진해운이 대표적인 예다. 1997년 세모그룹이 부도난 지 1년 6개월 만인 1999년 설립된 청해진해운의 회사 보유 자산 등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세모해운 판박이다. 실제로 청해진해운이 설립된 초기인 2000년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선박들은 모두 세모해운이 이전에 운항하던 선박들이다. 세모해운이 인천~제주 독점항로에서 운항하던 춘향호를 비롯해 부산~거제 노선을 오가던 페레스트로이카호, 거문도~백도를 연결하던 순풍호 등 8척의 선박이 모두 2000년 당시 청해진해운 소유로 넘어왔다.


항로 면허와 관련된 부분은 특히 더 의심스럽다. 1997년 당시 해양수산부는 부도처리된 세모해운이 독점하고 있던 인천~제주, 여수~거문도 노선 등의 항로 운항 중단을 대비해 다른 사업자를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별다른 사업자 선정 절차 없이 1999년 설립된 청해진해운에 기존 세모해운이 가지고 있던 독점항로 면허를 그대로 넘겼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만약 청해진해운이 세모와 아무 관계가 없는 회사였다면 기존 항로 면허를 그대로 넘겨받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입은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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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의 한 종사자는 "항로 내 지나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몇몇 사업자에게만 특정 항로에서 여객선을 운항할 수 있는 면허를 발급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운항 경력, 사업체의 경영 건전성, 운항 계획 등을 따져 가장 적절한 업체를 선정하도록 돼 있고 그 면허를 따기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립 2년 된 해운회사라면 운항 경험이 많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사업성 높은 독점항로를 잇따라 취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회사 천해지는 아예 세모그룹 조선사업부를 그대로 넘겨받았다. 천해지는 세모그룹의 조선소가 있는 경남 고성군에서 2005년 7월 설립돼 같은 해 10월 세모그룹의 조선사업본부를 양수했다. 당시 천해지의 대주주는 실체를 알기 어려운 법인인 주식회사 새천년·빛난별 등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3년 뒤인 2008년 유씨가 실소유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대주주로 전면 부상했다. 세모는 이 과정에서 600억원 상당의 채무를 면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인 세모 역시 유 전 회장의 손으로 다시 넘어갔다. 특히 2008년 새무리컨소시엄과 인수합병을 하며 법정관리를 졸업한 정황은 현재 법원의 절차를 살펴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새무리컨소시엄은 ㈜새무리와 ㈜다판다·㈜문진미디어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새무리의 주요 주주는 세모의 생산관리부장이었던 황모씨이며 다판다와 문진미디어는 모두 유 전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회사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법원은 경영 위험을 초래한 대주주나 경영진 관계자가 채무를 탕감받은 부도 자산을 다시 인수하는 것에 대해 '고의부도'나 '계획부도' 등을 우려해 극히 경계하는 부분"이라며 "자세한 상황은 기록 등이 남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스쿠알렌 등을 판매하는 ㈜다판다가 세모그룹의 다단계판매사업부 등을 고스란히 승계하고 있으며 ㈜아해는 도료·합성수지 등을 생산하던 세모케미칼에서 법인명만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부품사업부는 ㈜온지구, 세모의 건설사업부는 ㈜트라이곤코리아와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를 부도처리해서 부채 등을 다 탕감받은 뒤 다시 되사오는 수법은 '고의·계획 부도'가 의심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오대양 사건 등을 겪으며 회사가 어려워지자 알짜 자산은 빼돌린 후 부도를 낸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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