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진은 판을 두텁게 짜면서 때를 기다리다가 유리한 입지조건에서 결정타를 날려 급속히 승부를 휘어잡는 특기를 지니고 있었다.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굉장한 펀치력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또한 상식적으로는 수가 성립될 것 같지 않은 형태에서도 교묘하게 사건을 엮어내는 특기를 지니고 있었다.
“사실은 그러한 원성진의 장점들이 몇해 동안 나의 바둑에 큰 영향을 끼쳤던 모양이다. 감각만으로 본다면 성진이가 나보다 한 수 위였던 것 같다.”
후일 최철한이 친구인 원성진에 관해서 한 말이다. 백22로 벌리면서 최철한은 일단 포석에서는 포인트를 백이 먼저 딴 것 같다고 생각했다. 흑의 진형을 백22가 안성맞춤으로 견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흑이 21로 참고도의 흑1에 다가서고 계속해서 3으로 장악하는 수가 겁났는데 실전보의 21로 걸쳐주어 다행이었다고 복기 시간에 소감을 말했다.
흑29로는 가에 두어 세력을 일관성있게 키우는 방법도 있으며 전년도 천원인 송태곤은 그 코스가 나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국 당사자인 최철한과 원성진은 흑29가 더 급한 자리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흑35는 원성진 특유의 강습. 여기서부터 육박전이 벌어지게 된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