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ectionName(); [자원빈국에서 원전강국으로] 기술 모듈화가 승부 갈랐다 한국형 원전, 工期 단축·안전성 높여 '기존 공법과 차별화'10여년전부터 연구 착수 반복적 건설 경험 축적경제성·편의성도 앞서 기술강국 뚝심이 만든 쾌거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한국은 지난 1980년대 이후 매년 원전을 짓고 기술을 개발해온 유일한 나라다. 1979년 미국 TMI, 1986년 체르노빌 방사능 누출사고가 나고 1980년대 중반 화석연료 가격이 폭락하자 대부분의 나라는 원전을 버리고 화력발전소로 방향을 바꿨다. 에너지자원이 없고 오일쇼크를 경험한 한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원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묵묵히 원전을 짓고 기술을 개발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했다. 우리나라가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한 지 50년 만에 UAE에 첫 원전을 수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자원빈국의 설움'이었다. 여기에 자원빈국의 위기를 원전강국의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었던 '뚝심'이 더해졌다. 30년의 노하우가 축적된 한국형 원전인 신형경수로(APR1400)는 UAE에 첫 수출을 하게 됨으로써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경제성ㆍ편리성을 인정받게 된 셈이다. UAE 정부가 "원전 입찰 심사는 다른 어떤 요소보다 원전 자체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만을 놓고 평가하겠다"고 밝힌 것도 APR1400의 기술적 우월성을 방증한다. 이처럼 한국형 원전은 프랑스나 미국ㆍ일본보다 건설기간이 짧고 비용도 적게 드는데다 안전성까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면에는 '기술한국' 코리아를 가능하게 하는 부단한 노력, 모듈화 기술개발을 통한 공기의 단축과 안전성 강화가 숨어 있다. ◇모듈화 기술로 공기 줄이고 안전성 높였다=3세대 한국형 신형경수로 APR1400은 최초 콘크리트 타설에서부터 상업 운전일까지 58개월이 소요된다. 같은 3세대 모델 중 가장 공기가 짧다. APR1400 이전 모델인 OPR1000의 경우 처음 건설할 때는 61개월이 소요됐지만 현재는 52개월로 9개월이나 단축됐다. 반면 같은 모델인 프랑스의 CPR1000은 60개월, 러시아 83개월, 미국은 57개월로 8개월에서 1년 이상 길다. 한국형 원전의 공기가 짧은 이유는 다양한 신규 건설공법과 함께 모듈화 공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원전을 밑바닥부터 하나하나씩 짓는 방식 대신 원자로 내부와 기계를 묶어 외부에서 만든 후 크랭크로 들어올려 붙이는 방식이다. 원자로 내부구조물을 모듈화하거나 기계구조물을 모듈화할 수 있고 이 둘을 동시에 진행하는 복합 모듈화 공법 등이 적용된다. 가령 기존에는 원자로 격납건물, 즉 콘크리트 돔형 뚜껑철판을 2단으로 조립해 올리는 방식을 썼지만 APR1400에서는 3단 조립공법을 적용해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안전성까지 높였다. APR1400을 신고리 3ㆍ4호기에 적용할 때 첫 호기는 51개월이 걸리지만 두 번째는 45개월, 세 번째는 40개월 이내로 건설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발전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경제성 때문에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모듈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모듈화를 위해서는 검증과 실증실험이 반복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10여년 전부터 모듈화를 연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1980년대 이후 반복적으로 건설하면서 많은 연구 결과가 축적됐다"며 "올해만 해도 원자로 내부구조물 모듈화 연구가 끝나 적용에 들어가는 등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성ㆍ경제성ㆍ편의성,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원전건설의 가장 중요한 초점은 안전성이다. 원전은 태생적으로 방사능이라는 부산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적은 비용으로 원전을 짓고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경제성이고 여기에 편리한 원전운전과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 한국형 원전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안전성이 꼽힌다. 노심과 원자로건물의 손상빈도를 10만년의 한번 미만에서 100만년의 한번 미만으로 낮춰 안전성을 높였다. 내진설계기준도 강화했다. 동시에 원전 설계수명을 40년에서 60년으로 20년 늘려 경제성을 높였다. 운전과 정비비용은 낮추고 최신 발전소 배치를 통해 부지면적도 최소화했다. 이 모든 것이 다른 나라에 비해 20% 이상 저렴하게 건설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또 운전과 정비의 편의성도 높였다. 원전이 가동 중단됐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4시간에서 8시간으로 두 배 이상 늘렸고 일하는 사람들의 피폭량은 줄였다. 정비와 검사를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장치도 확충했다.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기술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자원빈국에서 원전강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강국 한국의 저력과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원빈국에서 원전강국으로!]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