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두 세대 앞 메모리인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7세대(1d) D램의 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험 라인 구축에 착수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D램 분야에서 ‘초격차’의 지위를 잃은 삼성전자가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선제적인 투자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4분기부터 평택 2공장(P2)에 10나노급 7세대 D램 시험 라인을 구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이 시험 라인을 원패스(one path) 라인이라고도 부른다. 이 라인은 내년 1분기께 완전히 갖춰질 예정이다.
시험 라인은 반도체 신제품의 양산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설비다.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차세대 칩의 성능이 나오면 이곳에 웨이퍼를 투입해 양산 수율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돌입한다. 평택에 갖춰지는 10나노급 7세대 D램 설비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지만 통상 시험 라인은 월 1만 장 안팎으로 설치된다.
10나노급 7세대 D램은 내년 양산을 앞둔 6세대 제품의 차기 라인업이다. 삼성은 3월 미국에서 개최됐던 ‘멤콘 2024’에서 2026년에 7세대 D램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시험 라인은 6세대 D램 양산 준비와 동시에 구축되는 것이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10나노급 6세대 D램을 생산하기 위해 내년 초부터 평택 4공장(P4)을 중심으로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삼성 안에서 6세대 D램에 대한 자체 양산승인(PRA)을 내년 5월 안에 내는 것을 목표로 수율 올리기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c D램 양산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화성 사업장에 있는 D램 관련 인력을 평택으로 파견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삼성이 차기작 양산 단계에 진입하기 전부터 그다음 제품을 위한 설비 구축에 착수하는 것은 내년을 ‘초격차’ 회복을 위한 원년으로 삼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로 해석된다.
올해 삼성전자는 세계 D램 1위로서 자존심을 구겼다. 2위 회사인 SK하이닉스에 인공지능(AI) 메모리로 각광받는 HBM 시장에서 자리를 내준 것에 이어 10나노급 6세대 메모리마저 개발 속도가 뒤처지면서 주력 메모리에서의 경쟁력마저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에 1위 리더십을 되찾으려면 풍부한 인력과 생산 능력을 활용해 미래 제품까지 개발 속도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 반도체(DS) 부문의 수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방침도 적극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통해 DS 부문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임하게 됐다. 그는 임직원 사이에서 ‘불도저’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만큼 기술 개발과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이 삼성 메모리 기술을 더 가까이서 관여할 수 있게 되면서 최대 주력인 D램부터 강력하게 쇄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또 다른 메모리인 낸드플래시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평택 1공장에서 업계 최초의 400단 낸드(V10) 시험 라인을 설치하고 있고 평택 4공장 낸드 팹에는 286단(V9) 설비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