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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눈물의 은퇴, 책으로 못 배운 가르침 야구 통해 얻었죠

시골뜨기가 메이저리거로<br>한국야구 사상 가장 운 좋아<br>미국서 야구 경영 공부할 것

'코리안특급' '국민투수' '메이저리그 개척자'…. 수식어만도 여럿인 박찬호(39)가 또다시 눈물을 훔쳤다. 지난 2009년 1월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며 하염없이 울음을 쏟아낸 뒤 근 4년 만에 보인 눈물. 30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가진 은퇴 기자회견에서였다. 4년 전엔 태극마크 반납이었지만 이번엔 선수로서 영원히 마운드를 뒤로하는 자리였다.

1994년 LA 다저스 입단 뒤 17년간 124승(98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36)을 쌓은 박찬호는 일본 오릭스를 거쳐 올해 고향팀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5승(10패 평균자책점 5.06)을 추가한 뒤 29일 한화에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 "시골뜨기가 멋도 모르고 야구를 시작해 메이저리그에 갔다. 한국 야구 역사상 나만큼 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마음에 감사할 따름"이라는 그는 "애초에 1년 계획을 갖고 한국에 왔다. 이제는 야구 행정과 경영ㆍ운영을 미국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호는 프로선수로 19년이나 함께했고 앞으로도 행정가나 지도자로 평생을 같이해야 할 야구를 '학교'라고 표현했다. "어릴 때부터 공부보다 야구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책으로 배우지 못한 가르침을 야구를 통해 얻었죠. 마운드에 서면 외로웠지만 시련과 환희를 거듭하며 포기하지 않는 도전과 진정한 사랑을 배운 과목이었습니다." 19년을 돌아보며 가장 기뻤던 순간은 LA 다저스 시절의 메이저리그 첫 승이 아니라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124승째를 올렸던 2010년이었다. 박찬호는 "절망을 딛고 다시 도전해서 이뤘기 때문에 124승이 더 기뻤다"며 "어쩌면 올해 한국 선수들과 뛰면서 많지는 않더라도 값진 승리들을 거둔 것이 더 의미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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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을 위한 조언으로 "사회의 다른 이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고민도 하면 좋겠다. 개인의 철학이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박찬호는 당부했다. 그는 "끝이라기보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생을 마감할 때도 야구인으로서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1시간30분여의 기자회견을 마쳤다. 박찬호는 미국에서 가족과 연말을 보내며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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