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14까지는 검토실의 허영호8단이 예측한 그대로였다. 허영호는 흑이 이 팻감을 외면하고 패를 따내어 해결해야 한다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런데 창하오는 여기서 장고에 빠졌다. "뭘 생각하는 걸까? 혹시 받아줄 궁리를 하는 걸까."(윤현석) 하긴 받아주고 싶은 마음도 드는 곳이다. 자체로 10집이 넘으며 우변 백대마의 사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곳이므로 망설이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받아서는 안되는 자리입니다. 다음의 팻감이 없어요."(허영호) 8분을 망설이다가 창하오는 흑15로 받았다. "쯧쯧쯧, 가엾은 창하오가 현찰의 유혹에 넘어가고 마는군요. 이 바둑은 흑이 졌습니다."(윤현석) 무조건 만패불청을 할 자리였다. 흑15는 확실한 패착이 되었다. 흑이 패를 시원하게 해결했더라면 흑은 막강한 외세를 얻을 수 있었다. 선수를 뽑아 상변의 흑을 살리면 백은 우변 윗쪽의 백대마를 후수로 손질해야 했을 것이다. 우변의 백대마는 공배를 메우면서 우상귀의 백과 연결하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랬던 것이 이젠 주객이 바뀌고 말았다. 백18로 중원의 백세가 엄청나게 두터워지자 상변의 흑은 일방적으로 쫓겨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실리는 현찰이고 세력은 어음이지요. 그런데 이 바둑에서는 현찰보다 어음을 확보하는 것이 키포인트였어요."(윤현석) 백26은 냉정한 수법. 참고도1의 백1 이하 백7로 되는 것보다 실전쪽이 확실한 의미가 있다. 백30 역시 냉정한 수. 참고도2의 백1 이하 백7로 되는 것에 비하여 큰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