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시론] 한국호 살릴 미래 먹거리 키우려면

우리 강점에 맞는 미래 수요 예측

기존 주력산업 車·조선·반도체에 ICT 융합해 새 모델 만들어야


오영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어린 시절 만화는 우리에게 재미와 소일거리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당시 불모지였던 청소년들의 꿈의 공간으로 역할을 다했다. 주인공인 꺼꾸리군과 장다리군(김성환), 심술첨지(이정문), 꺼벙이(길창덕), 로봇찌바(신문수) 등과 함께. 이들 중 이정문 화백은 1965년 ‘서기 2000년대 생활 이모저모’라는 만화를 통해 35년 후 우리들의 생활이 얼마나 달라질 지 보여줬다. 그 속에는 태양열을 이용한 집, 전기 자동차, 청소로봇, 소형 TV전화기(현재의 스마트폰), 자택 원격 진료, 달나라 수학여행 등이 등장한다. 공학 분야 석학들과 업계 리더들이 회원인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최근 선정한 ‘2035년 미래 도전기술 20선’을 보면 전기자동차는 뇌와 기계의 소통으로 움직이는 BMI(Brain-Machine Interface·뇌-로봇 접속) 기술이 적용된 반자율주행 자동차로, 청소로봇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똑똑한 서비스 로봇으로 바뀐다.

나아가 인간의 오감을 제대로 재현하는 실감 인터페이스가 개발되면 우리는 사이버공간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가상세계와 실제 세계의 구별이 어려워진다. 또 우리가 즐겨 입는 옷에도 DNA 칩이 달려있어 아직 수백 개에 불과한 암세포까지 찾아낼 수 있다.


2030년대는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만물 인터넷(IoE) 시대, 초연결 사회로 전망된다. 이때가 되면 인적이 드문 시골길에서 혼자 사고가 나서 의식을 잃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물인터넷에 연결된 운전자의 옷이 생명을 구해준다. 먼저 운전자의 옷이 구급차를 부른다. 이어서 옷에 달려 있는 센서가 운전자의 심장박동, 혈압, 호흡 상태를 점검하고 병원에 이를 알린다. 사고 지점, 상처의 부위와 정도, 운전자의 과거 병력에 관한 자료도 함께 병원에 전송한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미치오 카쿠의 말처럼 20년 뒤 당신은 옷을 입고 있는 한 늘 온라인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관련기사



우리의 미래상을 실현시킬 기술을 살펴보는 것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적 기회비용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진단해 그에 필요한 기술과 우리의 역량을 매칭해봄으로써 앞으로 집중하고 육성해야 할 새로운 산업과 성장동력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먹거리 산업은 세상에 없던 돌연변이가 어느 날 갑자기 뚝딱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잘 해왔던 것들, 우리가 잘 할 수 있다고 평가받은 것들에 새로운 기술과 미래 수요를 접목할 때 탄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든든하게 이끌어 온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주력산업에 제조와 서비스가 긴밀하게 합쳐진 정보통신산업(ICT)을 융합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효율성 제고는 물론 새로운 차원의 가능성, 즉 차세대 성장엔진을 찾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급속한 ICT 패러다임 변화의 물결 속에 잠겨가고 있는 한국호를 구출하기 위해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소셜, 위치기반 등 새로운 기술플랫폼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혁신을 주도하는 산업구조로 전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투자의 올바른 선택과 집중을 통해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이루고, 실용화와 산업화로 연결시켜야 한다. 좀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양성을 서두르고 미래 발전상과 산업적 수요를 읽어내기 위한 기술예측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공격적 연구개발(R&D) 투자·지원 방식과 실천전략을 마련하고 민간과 공공이 함께 박자를 맞춰 시너지를 내야 함은 물론이다.

옛 것을 통해 오늘을 사는 지혜와 깨달음을 얻듯 축적된 경험과 급속한 환경변화 그리고 창조적 혁신이라는 재료를 잘 버무리고 다듬어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대표 산업군의 부족, 중국의 급부상 등 도전과제를 당면한 한국 경제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