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부업의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완전경쟁시장을 꿈꾼다. 생산자는 무한경쟁을 통해 품질과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는 모든 정보를 비교해 최고의 제품을 선택한다. 가격은 원가에 최소의 마진만 더하기 때문에 밑지며 팔거나 비싸게 사는 일이 없다. 완전경쟁시장은 머릿속에서만 존재한다. 현실은 정보의 비대칭성, 외부적 영향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장 실패가 발생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시장은 시장 실패와 싸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시장 실패를 빌미로 개입을 시도한다. 정부 개입은 정치적 타협, 지식ㆍ정보 부족, 조직의 비능률성, 집단 이기주의 등으로 더 큰 비효율성, 정부 실패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지나친 시장 개입으로 역효과를 초래하기보다는 시장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드라마 ‘쩐의 전쟁’의 인기에 힘입어 불법 사채업자의 과도한 금리와 불법 추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여기다 등록 대부업체들이 ‘무이자’ 등을 앞세운 광고로 대출경쟁에 나서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대부업의 시장 실패다. 신용등급 이상의 과도한 금리를 지불하는 대출자가 적지 않고 대부업체의 연평균 금리도 연 181%로 이자율 상한선을 훌쩍 웃도는 상황이다. 정부가 나섰다. 대부업 최고이자율을 연 66%에서 49%로 대폭 낮추는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18일까지 의견을 접수한 후 9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연 49% 이하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49% 이상의 신용도를 가진 고객은 돈 빌릴 곳이 불법 사채업자밖에 없게 된다는 무서운 소식이다. 금리를 49%로 낮추면 등록 대부업자들은 현재 고객의 63%, 94만명은 대출을 못해준다고 말한다. 이들은 불법 사채업자의 새로운 고객층이 되는 셈이다. 대출금리는 낮춰야 한다. 하지만 시장 자율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대부업체의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허용하고 단계적 금리인하로 충격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인기를 얻기 위한 대부업의 정부 실패는 등록 대부업자와 함께 저신용자들을 제도권 밖 음지로 내몰 것이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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