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요는 최후의 일각까지 집요하게 버티었다. 흑19로 22의 자리에 지키면 하변은 멋지게 정비된다. 하지만 다음 순간 백에게 19의 자리를 당하게 되어 승부가 확정되어 버린다. 흑19는 우변에서 흘러나온 백대마를 보강하라는 은근한 협박이었다. 그러나 이세돌은 태연히 백20으로 하변의 실리를 챙겼다. 잡을 테면 잡아 보라는 배짱의 수순이었다. 흑33까지는 일직선의 공격. 하지만 백이 34로 가만히 꼬부리자 분단된 흑 8점도 탈출로가 막혔다. 흑35는 처절한 저항. 우변의 백대마와 수상전으로 붙어 보겠다는 몸부림이다. 하기야 버티려면 이 수밖에 없다. 참고도1의 흑1, 3으로 차단하는 것은 백4, 6으로 간단히 촉촉수로 잡힌다. 이 수로 참고도2의 흑1로 조여가는 것은 백10까지 되었을 때 써볼 팻감이 없다. 하지만 실전 역시 백44의 자체팻감이 남아 결과는 마찬가지가 되었다. “가장 박력있는 방식으로 끝내주는군요”(윤성현) “맹수의 습성이지. 첫대면에서 아주 박살을 내야 다시는 덤빌 생각을 못하게 되니까”(서봉수) “동포인 박문요가 좀 안돼 보이는군요”(윤성현) “무슨 소리야. 적군의 복장으로 나온 마당인걸”(서봉수) 이세돌은 처음으로 나선 단체전의 제1국을 쾌승했다. 144수끝 백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