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인하 배경·영향
실물경제 급속침체…"경기부양 더 시급" 판단
시장의 거듭된 압력에도 불구하고 버텨왔던 한국은행이 결국 콜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공공요금 인상등 잠재적인 물가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내린 배경에는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성장률마저 당초 목표치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등 더 이상 경기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물가안정도 중요하지만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전철환 한은총재는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냉각되면서 우리나라 올 성장률이 연 4%대로 떨어지고 특히 1ㆍ4분기와 2ㆍ4분기에는 3%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 금융시장이 회복추세로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가안정 보단 경기부양 우선
이번 콜금리 인하는 실물경제의 급속한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실제 우리경제는 산업생산이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수출증가율이 큰 폭으로 낮아지는등 둔화세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소비 및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또 소비자물가는 1월 중 농수산물 가격의 상승, 공공요금 인상등으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으며, 최근의 환율상승에 따른 불안요인등이 잠재해 있으나 경기둔화로 인해 수요면에서의 상승압력은 차츰 해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총재는 이와 관련 "경기둔화로 기업 현금흐름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잠재 부실기업의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등 불안요인이 여전하다"며 "시장금리의 하향안정세를 지속시키고 기업자금 경색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금융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할 경우 시장에 오히려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콜금리 인하를 이미 기정사실화 했던 채권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 결과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보합세를 나타내는등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저금리기조 본격 정착
이번 콜금리 인하는 올들어 선순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우선 은행 여수신 금리의 추가인하를 적극 유도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주식시장도 미국의 금리인하에 이어 시장금리 및 은행 수신금리 하락등 주변여건이 개선된데다 콜금리까지 인하돼 투자심리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시장 역시 콜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화 약세심리가 완화되고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이 확대될 경우 환율안정에도 어느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총재는 이와 관련 "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기조적인 안정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물가, 여전히 부담
한은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 부담이다. 금리인하는 소비진작을 가져오기 때문에 물가에 큰 악영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물가안정에 기여했던 환율이 올해에는 어떻게 움직일 지 모르는데다 중동의 정세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에 국제유가의 움직임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 총재는 이에 대해 "국제유가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안정세를 보일 것이며 공공요금 인상도 올해는 가능하면 하반기로 미루도록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리인하가 기업자금난 완화로 바로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다행히 지난 1월에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이 3개월만에 순발행으로 전환되는 등 기업의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재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호전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기업자금 대책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는데다 기업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여전하다는 문제도 있다.
특히 금리인하는 기업금융비용 부담의 감소를 가져와 구조조정에 매진해야 할 일부 기업들이 '무임승차'를 통해 개혁노력을 게을리 할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