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北 11·23 연평도 도발] 외환시장 동향

치솟던 환율 수출업체 네고물량 쏟아져 금세 내리막길<br>"1,170원이 단기 고점" 달러 대거 매도 나서<br>"외부충격 없는한 1,100원대 초중반 머물듯"

24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린 긴급 경제점검회의에서 임 차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지난 23일 북한이 연평도를 기습 포격한 직후 금융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외환시장이다. 시장 마감 후 들려온 소식에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40여분 만에 종가보다 40원이나 튀어 오르면서 1,18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시간이 흘러가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았지만 1,160원대 중반 이상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정규 시장으로는 포격 이후 처음 열린 24일 서울 외환시장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정부는 시장이 열리기 직전 긴급 회의를 갖고 시장에 조금이라도 안정감을 주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정부는 "필요시 원화 및 외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며 불안과의 싸움을 선언했지만 실상 당국자들의 표정에는 어두움이 가득했다. 시장이 열린 직후 예상이 맞는 듯했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리스크'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 맞는 듯 환율은 개장과 함께 1,175원까지 치고 올라갔다. 역외 선물환 시장에서의 초기 패닉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가득했다. 지나친 기우(杞憂)였을까, 아니면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학습교과를 넘어선 일종의 '타성'이 돼버린 것일까. 시장은 개장 후 얼마 안 돼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장의 분위기를 예상보다 일찍 바꾼 것은 수출업체들. 장 초반 환율상승에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이 급격하게 쏟아지며 환율은 금새 내리막길을 탔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원·달러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보유 달러 매도를 꺼리던 수출업체들이 1,170원대를 단기 고점으로 보고 대거 물량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이 쇼트커버에 나서며 달러를 사들였지만 수출 업체들의 네고 물량은 이를 충분히 감내하고도 남았다. 덕분에 정부는 실탄(시장 개입)을 아낄 수 있었다. 물론 수출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준 것은 외국인이었다. 정 팀장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예상과 달리 외국인들이 주식을 순매수했다"며 "이번 연평도 포격 사태가 확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의 예상과 다른 발걸음에 장 초반 폭락 장세를 보였던 주식시장도 회복세로 돌아서며 코스피지수 1,920대를 사수하자 외환시장에도 훈훈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결국 환율은 오전장이 끝나기 직전 1,140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네고 물량이 다시 주춤하면서 오후장 들어 다소 오름세로 돌아서는 듯했지만 결국 장은 전날보다 4원80전 오른 1,142원30전에 거래를 마쳤다. 장을 끝낸 직후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그동안 다수의 북한발 리스크를 경험해 봤지만 이번 상황은 딜러 입장에서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다"며 "이를 시장의 성숙함으로 봐야 할지, 과도한 안정감으로 봐야 할지 해석이 잘 되지 않는다"고 조금은 겸연쩍은 표정까지 지었다. 중요한 고비를 넘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연평도 포격으로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등의 외부충격이 없는 한 환율이 일단 1,100원대 초중반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볼 때 북한 충격은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라며 "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로존 위기 등의 외부변수와 정부의 자본유출입 규제, 외환은행을 매각한 론스타의 달러 환전 수요 등이 환율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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