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율 1,150선 붕괴/의미ㆍ파장] 1,140원대서 방어ㆍ속도조절

외환당국이 보름간 필사적으로 방어해 온 달러당 1,150원 선이 무너짐으로써 원화강세가 어디까지 갈지, 다음 저지선은 어디가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1,150원`에서 일단 물러섰지만 이대로 `개입`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외환당국은 이미 지난 8월부터 두 달 가까이 달러당 1,170원대를 방어했다. 그러다 엔화환율이 급락한 지난 달 22일 하루만에 원화환율도 17원80전이 떨어진 1,150원대로 밀리자 2차 저지선으로 다시 보름을 버텼다. 마찬가지로 3차 저지선을 설정해 원화절상의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로운 방어선은 1,140원선으로 예상되며, 시차를 두고 수위를 점차 낮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본엔화다. 그동안 원화는 엔화와 같이 움직였다. 그러나 엔화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뛸 경우 우리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70원 , 1,150원, 다음 저지선은? = 달러당 1,150원이 무너진 후 외환당국이 어느 선에서 환율을 방어하려 한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스무딩 오퍼레이션`의 전략을 포기하지 않은 만큼 당국은 급격한 원화절상을 막기 위해 재차 속도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1,150원 선을 전후해 등락을 하겠지만 종전에 비해 개입 강도를 차츰 낮춰 `1,140원` 정도를 새로운 방어선으로 삼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당국은 9일 `1,150원`선에서 1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달러 물량을 사들이는 등 끝까지 강력한 개입에 나섬으로써 일단 `정책적 의지`는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러나 환율방어에 무한정 돈을 쏟아 부을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내 경제가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원화절상의 속도를 `적절한 수준`으로 늦출 수 있느냐가 초점이다. 지난 8월 이후 외환당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시장에서 사들인 달러는 어림잡아 5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달러 매도세는 여전히 강하다. 이런 추세라면 환율방어 재원은 곧 바닥이 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한도를 5조원 늘리는 등 재원확보와 함께 `돈을 찍어서라도 과도한 원화절상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제시장의 환투기세력들이 끼어 들어 원화를 공격할 경우 더욱 곤란해진다. ◇원ㆍ엔, 현재까지는 `커플링` =모건스탠리는 얼마전 엔ㆍ달러환율이 앞으로 10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ㆍ4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3.9%로 선진7개국(G7)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투자와 소비면에서 일본경제가 미국보다 우세하다는 평가에서다. 모건스탠리 뿐만 아니라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과 예측기관들은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을 계속 해도 미국과 일본의 경제회복 속도차로 엔화 절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그동안 엔화와 거의 10대 1 수준을 유지하던 원화 환율은 `지표`를 잃게 된다. 원과 엔은 지난달 이후 동조화계수가 0.9를 넘었다. 동조화계수는 원과 엔의 `커플링(coupling)`을 상징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원화와 엔화환율이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의미다. 8일 원화환율 1,150원이 깨진 것도 엔화가 전날 밤 뉴욕시장에서부터 달러당 110엔이 무너지자 결국 시장의 달러 매도세를 견디지 못한 것이 배경이다. ◇재경부ㆍ한은, 환율정책 엇박자= 이날 1,150원이 깨진 후 한은 고위 관계자는 “엔화가 원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 때문에 엔화환율이 더 내려가면 원화환율도 따라 내려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서 박승 한은 총재가 “중장기적으로 원화절상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과 맥이 닿는다. 반면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는 원화와 엔화가 함께 움직일 이유가 없다”고 말해 김 부총리의 `디커플링` 발언에 톤을 맞추고 있다. 결국 한은은 `원화절상을 어느 수준까지는 용인할 수 밖에 없다`는 기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 재경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과도한 원화절상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 비상시기인 만큼 한은과 재경부가 목소리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며 “무역업체들에게도, 대외적으로도 환율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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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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