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꼬이는 STX 해법

채권단 내부갈등 심화<br>27일 자금지원 설명회

STX조선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자율협약을 체결한 곳이다. 경영정상화의 절차가 가장 빨랐다는 의미인데 4월에만 6,0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았다. 그런 STX조선이 불과 한 달도 채 안돼 다시 4,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하자 채권단 내에서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STX그룹 경영정상화의 바로미터가 될 STX조선마저 휘청대자 그룹 전반의 구조조정 일정에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온다. 이미 STX팬오션 인수를 추진했던 산업은행이 내부적으로 '인수불가'의 의견이 많다. STX 구조조정 작업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오는 27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STX조선해양이 요청한 4,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 요청에 대한 설명회를 갖는다. STX조선은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당장 배를 만들 수 있는 돈이 소진됐다면 7월까지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경제 5월23일자 1ㆍ5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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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채권단 분위기는 일단 부정적이다. 지난 4월 자율협약을 맺고 긴급자금 6,000억원을 지원할 당시 실사 결과가 나오는 6월까지 추가 지원은 없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얘기를 듣지는 못했다"면서도 "자율협약을 맺었다고 해서 STX조선해양의 요구조건을 무조건 들어주는 것은 주객이 바뀐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소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채권은행의 한 부행장은 "자율협약이 된 뒤 STX가 채권단을 자기네 금고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6,000억원을 지원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저러느냐. 4,000억원 지원하고 나면 나중에 더 해달라고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올해 1ㆍ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안 좋은데다 이달 들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까지 인하돼 경영상 애로사항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채권단 사이에서는 STX에 대한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형국이다. 실제 산은 등 채권단이 STX조선이 요청한 추가 지원액을 제외해도 두 달 동안 STX 살리기에 쏟아부은 돈은 현재 1조원을 넘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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