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텔 “끝 모르는 호황행진”

◎펜티엄Ⅱ 출시힘입어 올 매출 38%·순익 50% 증가 전망/불황허덕 세계반도체업계 부러운 눈길/첨단기술 확보위해 인수·전략제휴 박차/경쟁사에 신제품 잇따라 뺏겨 “아성 흔들”최근 세기적인 관심을 끌었던 인간과 컴퓨터의 체스대결은 결국 컴퓨터의 승리로 판가름났지만 따지고보면 컴퓨터의 두뇌인 CPU(중앙처리장치)를 만들어낸 인텔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외곽의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인텔 본사를 방문한 사람이면 제일 먼저 「인텔뮤지엄」을 둘러보고 새삼 인텔의 기술저력과 눈부신 개발속도를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그곳에는 인텔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를 비롯해 오늘날 인텔을 세계 반도체업계의 왕좌로 올라서게 한 주옥같은 제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하지만 최근에 보급된 「펜티엄」이 여기에 유물로 전시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을 듯하다. 이달초 펜티엄프로의 핵심기술과 MMX 멀티미디어기술을 결합한 「펜티엄Ⅱ」가 새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2백33㎒이상의 CPU처리속도를 자랑하는 펜티엄Ⅱ는 3차원 그래픽 등 멀티미디어기술 지원기능을 크게 강화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의 동시 운용도 가능해 새로운 돌풍을 몰고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록 출시직전 일부 결함이 드러나긴 했지만 펜티엄Ⅱ가 또다시 세계컴퓨터시장 성장의 견인차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인텔은 펜티엄Ⅱ의 발표에 힘입어 올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8% 늘어난 2백80억달러, 순이익은 50% 증가한 8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반도체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인텔은 몰려드는 주문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인텔이 반도체업계의 공룡으로 안주하지 않고 이처럼 발빠른 변신과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엄청난 수익을 바탕으로 과감한 연구개발투자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액의 10%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15%정도 늘어난 18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간단위로 급변하고 있는 경쟁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분기별로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매우 독특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의 패권을 바탕으로 컴퓨터 네트워킹부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비디오폰, 인터넷 게임까지 다양한 정보기술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자체 기술개발은 물론 기업 인수 및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첨단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인텔은 올들어 매달 2건 이상의 신규투자활동을 벌이면서 실리콘밸리의 10대벤처투자가로 부상할 만큼 사업영역 확장에 매우 적극적이다. 인텔이 최근 2년간 제휴나 인수를 위해 자본을 투자한 업체는 50여개에 이르고 있으며 마이크로프로세서 이외의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비용은 연간 5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인텔은 연초엔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컴퓨터부품의 수요 증가를 따라잡기 위해 앞으로 6개월마다 신규공장 건설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야심찬 구상을 내놓아 경쟁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인텔은 결국 다양한 방면의 새로운 기술을 PC에 접목시켜 그 효용을 높이고 수요를 증대시켜 인텔의 주력상품인 마이크로프로세서의 독점적 지배력을 21세기에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올들어 경쟁업체들이 인텔과의 기술격차를 크게 좁히면서 인텔의 아성에 거세게 도전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AMD사는 인텔보다 한발 앞서 4월초 멀티미디어 지원기능을 갖춘 「K6」칩을 발표했다. 인텔이 경쟁사에 비해 고성능제품 출시에서 뒤떨어진 것은 CPU 25년 역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사이릭스도 「M2」 및 「미디어 GX」칩의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시장쟁탈전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더욱이 디지털이큅먼트사(DEC)는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MMX칩을 둘러싼 분쟁도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인텔은 경쟁사의 맹추격보다는 반도체칩의 개발능력이 한계에 이르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오직 기술개발만이 자신을 왕좌에 머물러 있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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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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