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세뱃돈을 준비하며


설날, 세뱃돈만 약 2조원이 돈다고 한다. 설을 앞두고 빳빳한 지폐를 준비하니 어릴 적 고향 친구와의 소박한 추억, 어린 시절의 꿈들이 불현듯 떠오른다. 요즘도 세뱃돈은 어머니 지갑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겠지만 일부분은 아이들이 직접 소비할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집안의 일을 돕는다든가 하는 노동 없이도 일찌감치 소비주체로 나서서 돈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돈이란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교환경제사회에서 상품의 교환과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일반적 교환수단 내지 유통수단이라 한다. 그런데 남극탐험 중 고립상황에서 탐험대장 새클턴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돈으로 불을 지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설날에 필요한 것은 많은 세뱃돈보다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독일의 사회학자 지멜은 '돈(화폐)'을 '매개체'로 정의했다. 인간은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그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돈'이고 이것이 '관계'가 되고 사회 시스템과 제도가 되며, 동시에 에너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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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구멍가게는 관계가 있었는데 지금의 편의점에는 교환만이 존재한다. 돈의 위력을 신봉할수록 인간적 관계에 대한 신뢰는 줄어든다. 인간이 문명을 이룩해낼 수 있었던 것은 교환과 협동을 통한 인간관계를 기본으로 끊임없이 혁신해왔기 때문이다.

지혜ㆍ사랑ㆍ용기ㆍ배려ㆍ햇빛ㆍ시간을 보자. 그것들은 돈이 많아도 얻기 어려운 것과 한 푼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동일하다. 아무리 거액을 줘도 진심을 담지 않으면 줄 수 없는 것과 돈 한 푼 없이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것이 동일하다. 돈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본질은 '돈'이라는 종이가 아니라 '가치'이고, 부(富)의 원천은 사람과 자연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법정 스님은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졌는가에 있다"고 말했다.

있음에 감사하고 부족하지만 노력하며 우리 모두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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