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이랬다. 진 사장이 e메일을 발송하기에 앞서 정책금융공사 내부에는 사무실 공간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직의 볼륨이 커진 만큼 추가 공간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하던 차에 산업은행이 눈에 들어왔다. 여의도 공사 사옥에는 현재 산업은행 전산부가 입주해 2개 층을 사용하고 있던 터라 공사는 곧바로 산업은행에 사무실을 이전해달라고 요구했다.
며칠 후 진 사장은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을 만났고 공교롭게도 e메일은 만남 직후 직원들에게 뿌려졌다. 정책금융공사 직원들 사이에는 자연스레 이런저런 얘기가 흘러나왔다.
한 내부직원은 "산업은행 전산부가 입주한 2개 층만 비워도 공간확보가 충분한데 무슨 이유로 새 사옥을 구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이건 마치 집주인이 세입자 눈치를 보는 꼴"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 회장과 진 사장의 관계는 이러한 의혹을 부채질했다. 강 회장은 서울대 법학과 65학번으로 진 사장(서울대 경제학과 70학번)의 대학선배이자 행시 8회로 진 사장(16회)의 공직선배이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둘의 만남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금융권 내에서 강 회장이 가진 존재감을 생각하면 이 같은 추측이 나올 만도 하다"며 "특히 둘 사이의 기수차이도 크기 때문에 진 사장이 취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