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벼랑 끝에 선 베이비부머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자영업 가구의 가계부채가 평균 1억원을 넘어섰다. 임금근로자 가구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매년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는 1,600만원. 한해 4,400만원을 벌어 35%를 빚 갚는 데 쓰는 셈이다.

자영업 가구 중에서도 특히 베이비부머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2년에 9,900만원이던 가계부채가 2013년에는 1억1,800만원으로 19%나 늘어났다. 베이비부머가 아닌 경우 가계부채가 소폭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계부채의 고통이 유독 베이비부머에 집중되고 있으며 채무불이행의 악령이 그들을 노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국전쟁 후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714만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최대의 인구집단이다. 1970년대 고도성장기 때 사회생활을 시작해 엄청난 자산을 축적했고 1997년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축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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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퇴직 연령이 돼버렸고 매년 15만명 가까이 직장을 떠나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 있다.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준비는 턱없이 부족한 베이비부머, 그래서 일자리를 갈망하고 있다. 그들이 희망하는 은퇴 시점은 평균 65세인데 현실에서는 54세에 주된 직장을 떠나고 있다. 10년의 간극을 메워줄 '가교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있더라도 대부분이 허드렛일이다. 베이비부머가 무리하게 빚을 내서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들이 노크하고 있는 자영업의 창업실태는 심각하다. 생계형 창업이 80.2%에 달하고 창업 준비 기간이 6개월 채 되지 않는 경우가 60%에 이른다. 관련 정보도 지인을 통해 습득하는 경우가 40%에 달할 만큼 주먹구구식이다. 무리한 창업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43%에 불과하고 베이비부머가 주로 진출하는 도소매업은 37%, 음식업은 27%로 더 낮다. 베이비부머의 경우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 진입하는 사람보다 퇴출되는 사람이 4만명이나 더 많다. 얼마나 많은 베이비부머가 준비도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리한 빚에 퇴직금까지 보태 시작한 창업이 실패하면서 베이비부머가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개미지옥인 줄 알면서도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베이비부머의 처지를 정부가 방치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베이이부머를 위한 일자리 대책과 가계부채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우선 자영업자끼리 출혈경쟁하고 있는 지금, 자영업 창업을 유도하는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정부의 '창업붐' 대책이 자칫 베이비부머를 개미지옥으로 떠미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둘째 정년연장 법제화에 이어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노사 상생의 기업문화를 정착시켜 베이비부머가 실제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직장에서의 인생 이모작이 가능하도록 기업과 사회 차원에서 전직(轉職)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 퇴직예정자의 전직을 돕고 이를 정부가 뒷받침해야 한다. 넷째 가계부채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재무컨설팅도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43%를 차지하는 자영업자 부채가 한순간에 시한폭탄으로 둔갑할 수 있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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