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신도시 혁신단지 어지럽다
정부가 오는 2010년까지 전국에 10~20개의 미래형 혁신신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경기도 과천시나 충북 오송 등을 모델로 4~10개의 공공기관을 먼저 이주시키고 관련 기업과 연구소 등을 유치해 인구 2만여명을 수용할 50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복안이다.
정부가 내놓은 혁신신도시 구상의 초점은 물론 지역 균형발전이다. 수십년 동안 수도권 비대화의 해소방안에 골머리를 앓아왔던 정부는 우선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고 '다핵(多核) 국가'를 목표로 '산발 도시'를 세워나갈 모양이다. 수도권 3개 시ㆍ도와 대전ㆍ충청권을 제외한 지역 가운데 신행정수도에서 1시간 떨어진 곳에 만든다고 하니 항공기 운행거리로는 공항만 있으면 전국 어디나 건설이 가능한 셈이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갖가지 플랜이 등장했다. 우선 정부는 지난해 경제특구와 지역특구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또 혁신신도시 외에 전국에 6개 혁신클러스터 육성 시범단지를 지정해 상호연계를 도모하고 있다. 반면 전경련 등은 기업도시 건설을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경기부진과 수익성 악화의 탈출 여부가 도시개발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지역 균형발전이 필요하더라도 전국적인 마스터 플랜이 그려 있지 않은 상태에서 중구난방에 탁상공론 식의 도시건설계획이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니 어지럽다. 특히 공공기관 이주라는 선도적 유인책이 있더라도 과연 관련 기업이 순순히 뒤따라갈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원스톱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들은 관련 공공기관과의 연계도 중요하지만 금융ㆍ물류 등 종합 인프라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형 혁신신도시 구상은 자칫 공공기관의 난(亂)분산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다음으로 막대한 재원조달 문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토지매입비와 택지조성비로 신도시 한 곳당 4,000억원이면 충분하다지만 전문가들은 최소한 2조원이 들고 기업 유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택지개발에도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기관만 이주하는 신도시가 되면 전국에 부동산 투기만 부추기고 실효성은 떨어지는 '절름발이 신도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는 하나의 도시건설 계획만이라도 제대로 수립해 확실하게 집행하기 바란다.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만 하더라도 반대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하면서 전도가 불투명해질 조짐이 아닌가.
입력시간 : 2004-06-04 17:23